1990년 제인 켐피온이 제작,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영화 '책상위의 천사(An Angel at My Table)'의 줄거리. 여주인공 제닛은 뚱보에다 예쁘지 않은 외모 등으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만사에 자신감을 잃는 비만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그녀는 특별한 정신질환이 있어서가 아니라 수줍음과 자신감없는 모호한 태도로 인한 의사의 오진으로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한다.
그러나 그녀의 비만과 외모 콤플렉스를 고쳐준 것은 정신병원이 아니라 아버지가 사준 책 한권이다. 책속의 시를 통해 자기의 재능을 발견하고 생의 즐거움을 찾는다. 여행중 만난 한 남자와 함께 문학에 대한 정열과 집착으로 비만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산다. 이 영화는 비만 콤플렉스에 시달린 여주인공 자신이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가 인생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 여권 운동가들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옛 유대인들은 '여성들은 자신의 외모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고 단정했다. 어떠한 남성도 여성의 아름다움에는 저항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곁들였다. 여성미의 기준이 날씬하냐 아니냐로 바뀐 현대에서 여성들의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비만과 다이어트라는 사실은 그래서 쉽게 이해되는 일이다. 지난해에는 다이어트 중인 한 여성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은 적도 있다. 건강상 비만 부작용을 우려, 각 종합병원에는 비만 클리닉이 따로 설치돼 있고 마사지요법, 매니큐어요법, 지방흡입술, 침술 등 한방요법, 최면요법, 먹으면서 살빼는 식품 등 다이어트산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내의 한 여고3년생이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필로폰을 상습 투여하다 경찰에 적발됐다고 한다. 이 여학생은 특히 필로폰을 사기 위해 우체국서 150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연초에도 다이어트를 위해 필로폰을 투약한 30대 여성 2명이 부산서 구속됐었다. 살을 빼려는 여성들의 집념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이제 다이어트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프로그램으로 대응해야할 단계가 아닌가 싶다. <성정홍 (논설위원)>성정홍>
목숨 건 다이어트
입력 200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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