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래어 표기가 흥미롭다. TV를 '電視', 컴퓨터를 '電腦'라 한다. '보는 전자 기기'와 '전자 두뇌'라는 뜻이지만 속된 말로는 '번개 보기'와 '번개 대가리'다. 엘리베이터도 '電梯', 즉 '번개 사다리'다. PC는 '個人電腦', 인터넷은 '互聯網'이고 하드웨어는 '硬件', 벤처는 '風險', 팩스는 '傳眞', 택시는 '的士'다. '愛滋'는 '사랑 물'이 아니라 에이즈(AIDS)를 뜻하고 스트립쇼는 '네 번 다섯 번 벗는 춤'이라 하여 '四脫舞', 미니스커트는 '당신을 현혹하는 치마'로 '迷裙'이다. 코카콜라는 '可口可樂', 타이어는 둥근 태와 같다는 뜻으로 '輪胎'다.
우리말과는 뜻이 다른 어휘도 많다. '愛人'은 부인을 뜻하고 '老婆'는 할머니가 아닌 부인, 마누라를 가리킨다. '丈夫'는 남편이고 '約束'은 엉뚱하게도 단속을 뜻한다. 약속은 '約會'라 하고 약속장소도 '約會地點' 또는 '見面地點'이다. '下水'는 하수도가 아니라 소나 돼지의 내장이고 '打頭'는 머리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이발이다. 털에 난 병이 아니라 고장(기계 고장 등)이 '毛病'이고 이도령의 시종이 아닌 '집'이 '房子'다. '經理'도 회계가 아닌 지배인이다. 비행기 탑승권을 '登机牌'라 하고 게이트는 '登机口', 탑승 시간은 '登机時間'이다. '机'는 '책상 궤'자다. '책상에 오르는 패'라니? 화장실도 '衛生間' 또는 '厠所'라 하고 촬영금지는 '請不要照相'이다. 간자(簡字), 즉 약자 표기도 글자의 한쪽 귀퉁이만 사용하는 등 사뭇 파격적이다. 그러나 기타 한자 표기라면 한자문화권에서는 대체로 통하게 마련이다.
중국어가 6년 안에 영어를 추월해 인터넷의 주요 언어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도한 것은 지난 12월10일의 독일 공영방송 ARD였다. 그래선가 특히 새해 들어 우리 대한민국엔 중국어 학습 붐이 일고 있다. 또 지난해 내한한 중국인 관광객이 44만3천명으로 일본인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고 금년엔 월드컵 등으로 한껏 몰려올 전망이다. 열차에 이어 지하철에서도 중국어 안내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의 이득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대세다. 도로 표지, 안내판, 지도, 책자, 통역 등 그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주의가 절실하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