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하면 흔히들 1971년의 대통령선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기야 “신라 천년만에 다시 나타난 박정희후보를 뽑아 경상도 정권을 세우자”고 공공연히 선동한 인사가 나올 정도였다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한국의 CIA라던 중앙정보부는 경상도 지역에 “전라도 사람들이여 단결하자”는 흑색선전물을 조직적으로 살포, 경상도 사람들의 지역감정을 부추기기도 했다 한다. 그 덕이었을까. 박정희후보는 경남과 경북에서 각기 68.6%와 70.8%의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원래 지역감정의 뿌리는 멀리는 북변과 남도지역 출신들을 등용치 않던 조선시대부터였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리고 가까이는 호남을 배척하고 영남을 집중적으로 투자·육성한 박정희 정권의 정책에서 그 유래를 찾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영·호남 지역의 갈등을 그보다 더 멀리 삼국시대부터 비롯됐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가 서로 다투다 보니 그 지역적 토대였던 호남과 영남인들의 갈등으로 자연스레 번지게 됐다는 논리다.
나름대로 다 그럴듯한 이유들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유래가 아니다. 과거사야 어찌됐든 가뜩이나 나라마저 남북으로 갈라져 서글픈 터에 그 반쪽 토대에서까지 동서 내지 영·호남 등으로 지방색을 조장하고 있는 그 꼴불견들이 한심할 따름이다. 지역감정의 폐해를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러기에 누구든 입만 열면 ‘지역주의 퇴치’를 버릇처럼 되뇐다. 그런데도 지역주의가 사라졌다는 징후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선거의 해인 올해도 예외는 아닌듯 싶다. 벌써부터 “올해는 우리지방이 분발해야 한다” “우리도(道) 대통령이 꼭 선출되도록 하자” 등 노골적인 표현들이 주저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때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유행했다더니 요즘은 “우리가 남이여(?)”라는 말도 나돈다 한다. 그네들 말처럼 우린 정말 남이 아니다. 한 나라 한 민족에 다같이 좁은 한반도에 살면서 한 문화를 지닌 우리다. 그런데도 한사코 지역주의를 거들며 남이 되라고만 하니….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