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발행된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는 한 아버지가 자식에게 모든 것
을 내주고 자신은 소리없이 죽어가는 아낌없는 부정(父情)을 담아 베스트
셀러를 기록했다. 주인공 정호연은 아내와 이혼후 백혈병을 앓는 어린 아
들 다움이와 고달프게 살아간다. 어느날 다움이와 골수가 완전 일치하는 기
증자를 찾았다는 병원측의 통보를 받았으나 호연은 수술비가 없어 애태운
다. 뒤늦게 나타난 이혼한 아내가 다움이를 프랑스로 데려가려 하자 장기매
매를 결심하지만 검사결과 자신이 간암말기임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호연
은 마지막으로 병원측에 각막매매를 간청, 그 돈으로 아들의 골수이식수술
을 해 아들을 살린다. 그리고 호연은 아들을 전처에게 부탁하고 병원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작가는 불치병의 아들을 둔 오랜 친구로부터 “내 희망이 뭔지 알아? 내
아이를 살릴수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대신할수 있었으면 하는거야” 라는
말을 듣고 이 소설의 집필에 매달렸다고 한다. 흔히 모정(母情)만이 강조되
는 사회에서 모처럼 부성(父性)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 나와 지난해에는 연
극무대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엊그제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50대의 트럭운전기사인 아버지와 식당 허드
렛일을 하는 어머니가 삭발을 한채 자식의 벌을 대신 받겠다고 눈물을 흘리
며 4시간동안 용서를 구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 부부의 사연은
이렇다. 아들 강모(21)씨는 서울 모 대학의 축구선수. 고교3년 때 전국 고
교축구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프로구단에서 억대의 연봉제
의까지 받았으나 아들의 장래를 위해 이를 뿌리치고 대학에 입학시켰다. 2
남 1녀 세남매의 대학교육을 위해 집을 팔고 사글세 신세도 자청했다. 그러
나 아들 강씨는 대학선후배 4명과 함께 6차례에 걸쳐 택시강도를 하다 경찰
에 붙잡혔다.
 무엇이 이 아들로 하여금 강도짓을 하게 만들었는지 그 이유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시고기의 사랑처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식의 벌
이 10분의 1, 100분의 1로 줄어들기 바라는게 부모의 마음이다. 삭발참회하
는 이들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를 낳으면 그 부모는 바보가 된다'는
유대인들의 격언이 새삼 생각난다. < 成 定 洪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