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터프(tough)맨, 의사는 매드(mad)맨, 대통령은 개그(gag)맨…' 어느 직업 연구팀이 최근에 펴낸 '영화로 보는 직업 이야기'에 비친 직업상(像)이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의 부시 대통령만 하더라도 개그맨 기질이 다분한 것 같다. 며칠 전 프레첼이라는 과자를 삼키다가 목구멍에 걸려 졸도하면서 광대뼈 언저리에 피멍이 든 것부터가 직업 개그 연출자의 연출 지도를 받은 것 같다. 졸도에서 깨어난 그의 제1성(聲) “프레첼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는 엄마 말씀 잘 들어야지”도 그렇고 엊그제 백악관에서 에체비트 터키 총리와 회담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모든 편집자들이 피멍 자국을 일부러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했다”는 농담조 불평과 표정도 꼭 개그맨 같다.
아랍계 신문을 비롯한 전세계 언론 매체도 그의 개그맨 기질을 비아냥거리기 일색이다. “부시, 비스켓에 테러당했네”(레바논 '안 나하르'지)부터 “만화 심슨 가족의 아빠 호머 심슨에게나 일어날 일”(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지 사설) “모든 사람이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작 우려해야 할 대상은 미스터 솔티(Mr Salty·프레첼의 짠 맛)였다”(미 NBC 심야 토크쇼 사회자) “미 FBI와 CIA, SS(백악관 경호실)가 강도 높은 수사를 한 결과 문제의 과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게 아니라 순수한 미국제임을 밝혀냈다”(스페인 ABC지) 등이다. 그런 패러디(戱化) 심리는 런던의 마담 탓소 밀랍 인형관에서도 발동했다. 거기 모셔진 부시의 밀랍 인형 얼굴에 진한 피멍 자국이 그려졌고 오른손엔 커다란 프레첼 과자봉지가 들려진 것이다. 부시뿐이 아니라 '개그맨 대통령'은 세계 도처에 흔하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부시가 92년 1월8일 일본 방문 만찬장에서 졸도했었지만 끄떡없는 것처럼 그 역시 건강하다. 3마일(약 4.8㎞)을 20분16초에 주파하는 총알 타는 사나이다. 개그 유머 감각도 그의 건강체에서 샘솟는다. 진지함과 고뇌가 감춰진 그런 짓궂은 개그맨 표정이 오히려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