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직업을 몹시 좋아한다. 백악관에서 산다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다. 본인이 여러분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며칠 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항을 방문, 항만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거듭 강조한 말들이다.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 그것도 사실상 세계의 대통령이라 해도 좋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니 어찌 보람되고 영광스럽지 않으랴.
부시는 그렇다 치고, 비단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도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된다는 것은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고 영광된 일일 것이다. 비록 그 나라가 미국처럼 크고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도, 또 선진국이 아니어도 좋으리라. 아무리 작고 힘없고 가난한 나라라 해도 그 나라에서만은 누가 무어라 해도 제1인자가 되는 것일테니까. 그러기에 특히 후진국에선 한번 대통령자리에 오르면 좀처럼 내놓으려하지 않아 장기독재가 이뤄지고, 쿠데타를 일으켜 그 자리를 강제로 빼앗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심할 경우 헌법을 억지로 뜯어고쳐서라도 천년 만년 그 자리를 지키려 안간힘쓰는 이들도 있다. 굳이 먼 예를 들 것도 없이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세기 이같은 상황들을 수십년 겪어왔다.
그러던 우리도 어두웠던 시절을 다 보내고 민주화의 도정을 밟아온지 어언 10여년이 지났다. 그 사이 이미 문민정부 5년을 거쳤고,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지도 5년 째를 맞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새 대통령을 뽑는 해이다. 새 희망으로 새 세기를 열어갈 새로운 통치자를 국민의 손으로 선출하는 해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선거에는 유난히도 많은 이들이 후보를 꿈꾸고 있다. 이미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이 열명 가까이는 되는듯 싶다. 아니 어쩌면 열명이 훨씬 넘는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훌륭한 인물이 많다는 뜻일테고, 훌륭한 분들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나라의 장래도 덩달아 밝아 보인다. 다만 그토록 인물은 많은데 그들이 원하는 영광되고 보람된 자리는 겨우 하나이니 그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