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外食)이라면 기껏해야 중국집 자장면 정도를 떠올리던 때가 있었다. 불과 20~30년 전 일이다. 그때엔 외식거리도 그리 흔치 않았지만, 자장면은 비교적 값이 싸고 집에서 먹지 못하는 별식(別食)이라는 점에서 거의 유일한 외식거리로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더구나 작업장이나 사무실 기타 상점들까지 전화 한 통화면 어디든 신속하게 배달되었기에 근로자들 뿐 아니라 회사원, 도시 상공인들의 한끼 식사로는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조금 살만하다는 도시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특히 더 빈궁했던 농어촌에선 외식 자체를 꿈도 꾸지 못했었다.
그러던 우리도 차츰 생활이 피어지면서 소위 외식문화라는 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외식거리도 다양해졌다. 자장면 정도는 이미 햄버거와 피자에 그 자리를 물려주었고, 그밖에 일식(日食) 양식(洋食) 한식(韓食) 등도 나름대로 전문화 고급화를 내걸며 갈수록 세분화되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도시가계의 음식료비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10% 안팎에 머물던 것이 이제는 무려 36%(99년 기준)로 높아졌다. 외식금액도 가구당 월 2만2천원(88년 기준)에서 14만6천원으로 자그마치 540%나 증가했다. 참 많이도 발전했다는 느낌이 든다.
연간 15조원어치의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발표가 나왔다(99년 기준). 15조원이라면 지난 99년 한햇동안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24조5천억원의 60%에 해당된다 한다. 이는 또 자동차 수출액 14조5천억원과 맞먹으며 농수산물 수입액 9조5천억원보다는 되레 1.5배가 많다는 계산도 나온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처럼 엄청난 낭비액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8조5천억원어치가 외식부문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외식이라면 자장면 한 그릇값도 아까워 주저하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한해에 몇조원씩을 버리면서도 외식을 즐기는 시절이 됐으니 우리나라도 분명 잘 살게는 된 모양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30%에 불과하고, 끼니를 거르는 아동이 무려 16만명에 이른다는 게 좀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