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 평균 100명의 일본인이 자살한다. 장기 경제 불황 탓이다. 게다가 '뉴스위크' 도쿄지국장 조지 워프리츠의 30일자 '일본주식회사' 리포트가 충격적이다. 그는 몰락하는 다이에그룹과 일본 경제를 'King of the zombies'라고 했다. zombie(좀비)란 마법으로 되살린 송장, 체온만 남아 있는 산 송장(未冷屍)을 뜻한다. 일본 경제가 산 송장 기업들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것이다. 다이에는 300여 기업, 356개 점포, 연간 매출 2조9천억엔, 직원 5만명의 대 유통그룹이다. '카리스마-나카우치와 다이에의 전후(戰後)'라는 책과 자서전 '유통혁명은 끝나지 않았다-나의 이력서'가 증명하듯 설립자 나카우치는 50년간 확장만을 거듭해온 입지전적, 신화적 인물이다. 그런 다이에가 부채 2조5천600억엔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1월 중 70%의 사업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경제대국 일본이다. 95년까지만 해도 세계 500대 기업의 매출 순위 1∼4위를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이 휩쓸었고 아시아 500대 기업의 17위까지를 석권했다. 수출도 우리가 623억달러였던 89년 그들은 2천751억달러였고 우리가 95년 10월 달성한 1천억달러를 일본은 16년 전인 79년에 해냈다. 금년 예산도 112조원과 81조2천300억엔 차이다. 그런 일본이 90년대 들어 66개사가 파산했고 미국 기업 부채의 2배, 슬로바키아 수준의 신용 등급, 4월1일부터 1천만엔 이상 예금 보장 중단, 기업 부실 채권 224조엔에다가 5.6%의 사상 최악 실업률, 주식시장 하락, 환율 134엔대 등이 엎쳤고 '3월 금융위기설'까지 덮친 것이다.
그뿐 아니라 105년 역사의 경제지 '實業の日本'까지 3월호로 휴간되고 국립대학 101개 중 24개가 통합에 합의했다. 더욱 억울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재건 지원금이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은 2억9천600만달러인데 왜 일본이 5억달러나 내야 하는가'다. 우리는 4천500만달러라고 했다. '경제 동물'에서 '경제 인간'으로 진화(?)하려는 그들의 고통이 커 보인다. 월드컵이 과연 일본 경제 회복의 기폭제가 돼 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