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드 빚 때문에 빚어지는 사건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얼마 전 마산에서 카드빚에 쫓긴 한 여대생이 자살하고 충주에서는 20대 두명이 카드빚을 갚기 위해 중학생을 납치,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다 붙잡혔다. 어제는 또 20대 여성 3명이 미국 입국이 거부됐는데 귀국후 조사과정에서 이들이 카드빚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알선 업자의 소개로 미국 윤락업소에 취업하려 했음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카드 빚으로 인한 이같은 불행한 일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카드 빚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중남미의 윤락 업소까지 진출, 멕시코시티에는 2년전부터 한국인 여성의 윤락 유흥업소 5곳이 새로 생겨 성업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카드 빚을 갚아주면 동거생활등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인터넷 동거사이트에 글을 띄운 여성도 있다고 한다.
카드 빚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월스트리트저널지는 지난 2000년 7월 6일자에서 미 국민1인당 평균 7천500달러의 카드 빚을 지고 있고 개인의 빚은 무려 6조5천억달러에 이르고 있다며 이들 개인이 파산할 경우 금융불안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 신문은 카드회사나 은행들이 파산신청을 한 사람들에게까지 신용카드를 남발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의 잇단 카드빚 사고도 생각해 보면 이러한 개인 파산과정의 한 단면이다.
미국이 카드 남발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처럼 마구잡이는 아니다. 미국에서 카드를 처음으로 발급 받으려면 반드시 1년이상의 은행거래를 통해 신용을 쌓아야 가능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거리에서도 아무에게나 발급해준다. 모집인에게 카드회원1명 유치할 때마다 1만원 이상의 수당을 주기 때문이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이로인해 신용카드 발행장수가 지난해말 현재 7천500만장으로 작년 한햇동안 23%나 늘었고 신용카드 대출액도 무려 157조원으로 97년보다 거의 5배나 늘었다는 것이다. 주로 주택담보 대출인 가계빚 316조원과 함께 새로운 은행부실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마침 금융감독원이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한다. 개인과 가정의 파산은 금융기관의 부실은 물론 제2 경제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