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동물들이 홍수를 피해 '노아의 방주'로 몰려왔다. 선(善)도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그러나 노아는 “짝이 있어야 태워 준다”며 배에 오르지 못하게 했다. 선은 숲으로 돌아가 짝을 찾다가 악(惡)을 데려왔다. 선이 있는 곳에 악이 있게 된 연유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 이야기로 미루어 선이 먼저인 것 같지만 아니다. 아담은 선악과를 동시에 따 먹었고 그의 아들 가인(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여 인류 최초의 악의 화신(化身)인 살인자가 됐다. 제우스의 '판도라 상자'에서도 악의 종류만 쏟아져 악이 우선인 것 같지만 선과 악의 시작은 동시로 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인류 역사는 가능하고 그래야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다.
선과 악의 두 축이 세상을 이끈다. 축(軸)이란 수레 양쪽 바퀴 가운데 구멍에 끼우는 긴 나무 또는 쇠다. 그러니까 네 바퀴 수레엔 앞뒤 두 개의 축이 끼워진다. 그중 앞 뒤 어느 축이 악의 축인지, 악의 축은 왜 필요한지, 구약성서 '욥기'의 악이 존재하는 이유와는 상관없이 악의 축은 늘 끼워져 있게 마련이다. 가인과 아벨, 다윗과 골리앗, 예수와 헤롯왕, 걸주(桀紂)와 우탕(禹湯), 공자와 도척처럼 말이다. '악이란 흉한(亞) 마음(心)이다. 마음먹기 달렸다' '기(氣)에는 선과 악이 함께 들어 있다(퇴계)'는 등의 주장은 실감나지 않는다. 십자군 등 종교전쟁처럼 선악 인식이 확연해야 짜릿하고 지킬박사와 하이드, 이반과 알료샤, 절대 반지를 둘러싼 뚜렷한 선과 악의 결투(반지의 제왕), 흥부와 놀부, 콩쥐팥쥐 등 모든 소설, 영화의 주인공 또한 선악 대비가 뚜렷해야 작품답다.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한 부시의 발언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차 대전 때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가 '악의 추축(樞軸)'으로 불렸지만 아무튼 북한의 반발이 거세다. “능력없는 북한을 거명하는 것은 공항에서 80세 수녀를 알몸 수색하는 것과 같다”는 워싱턴포스트의 평도 모욕적이다. '악의 축'이 아니라는 것을 북한은 서둘러 밝혀주기를 기대한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