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을 앞둔 가수 유승준씨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건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영장이 나오면 곧장 군문으로 달려가 병역을 마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던 그가 국적을 바꿔 병역의무에서 제외됐으니 사회가 분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를 사랑했던 많은 팬들은 깊은 배신감을 느꼈고, 성실하게 병역을 이행하는 다른 젊은이들은 상대적 소외감과 허탈에 젖었다. 특히 그가 자못 성실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해왔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그러나 그의 행위에 법적인 하자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오랫동안 미국 영주권을 소지해왔고, 그의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도 모두 미국에 살고 있다.
유씨가 미국 시민권을 얻은 게 놀라운 일이었듯 우리 정부가 공항에서 그의 입국을 불허한 것 또한 다소 의외였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그가 예정대로 입국해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소한의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게 하고, 팬들에게도 그의 부도덕성을 추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아무리 사회가 분노했다 해도 입국까지 막은 건 조금은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과잉대응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또한 법적인 잘못은 없다고 한다. 출입국 관리사무소는 유씨가 출입국 관리법상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테러나 범죄용의자도 아닌 유씨를 국익이나 공공안전을 해칠 인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적절한 시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합법적인 조치였다는 데엔 별다는 이론이 없는 것 같다.
법이라는 게 참 묘하다는 느낌이 든다. 입영을 앞두고 약삭빠르게 미국 시민권을 얻어낸 유씨의 행위도 합법적이고, 적법행위자를 입국 거부한 것 역시 합법적인 조치다. 그러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 된다. 그런데도 이를 보는 마음은 영 개운치를 못하다. 사회의 지탄도 그치질 않는다. ‘법 만능의 시대’라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