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의 어원은 여러가지다. 먼저 '동국여지승람'에 표기된 '달도일'이다. '달'은 슬프고 애달프다, '도'는 마음을 칼에 찔린 듯이 아프고 근심에 차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서러워서 설, 추워서 추석'이라는 속담처럼 설은 곧 '서럽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육당(六堂) 최남선이 풀이한 기원설로 각종 세시기(歲時記)가 설을 '신일(愼日)'로 적고 있듯이 사리다, 삼가다(愼)의 '살'에서 왔다는 것이다. 셋째는 나이 '몇 살'의 그 연세(年歲)다. 산스크리트는 연세를 '살'이라 하고 퉁구스어는 '잘'인가 하면 중국 어원사전인 청문엽서(淸文葉書)도 '살'을 세(世) 대(代) 세(歲) 수(壽) 또는 대나무의 마디인 절(節)이라 풀이한다. 넷째는 설다, 낯설다의 그 '설'에서 비롯했다는 것이다. 즉 새해 첫날은 문화적 정신적인 시간의 충격이 강해 낯선 첫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아무튼 설은 원정(元正), 상원(上元), 한식, 상사(上巳), 단오, 중구(重九), 동지, 팔관(八關), 추석 등 고려의 10대 명절 중 으뜸이었고 정조(正朝), 한식, 단오, 추석 등 조선시대 4대 명절 중 첫 번째였다. 원정과 정조가 설이다. 상원은 정월 대보름, 상사는 삼짇날(음력 3월3일), 중구는 음력 9월9일, 팔관은 국가적인 제례 의식인 팔관회(八關會)였다. 팥죽 먹는 동지가 작은 설(亞歲)이니까 설은 동지의 형님이다.
'음력 1895년 11월17일은 양력 1896년 1월1일'이라는 고종황제의 칙령으로 쓰기 시작한 양력으로부터 설을 되찾은 것은 1985년이었다. 명칭도 구정→민속의 날→조상의 날을 거쳤고 2중과세 설도 쏙 들어간 지 오래다. 하지만 앞으로만 내닫는 숨가쁜 현대인의 가지 끝 삶으로부터 '뒤로 돌아 앞으로' 부모→조부모→조상이라는 밑동과 뿌리로 회귀한다는 뜻, 뜨끈한 핏줄의 구심점으로 빨려든다는 의미가 왠지 갈수록 묽어지고 희미해진다는 느낌이다. 골프다 관광이다 해외로, 어디로 떠나는 숱한 발길들도 그렇고 유희(遊戱)본능만을 확인하며 즐기는 긴 연휴의 동적(動的) 시간들도 그렇다는 것이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