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9일)이 우수(雨水)다. 이제 절후는 봄의 길목에 들어섰다. 입춘이 보름전이었고 보름후엔 봄의 절기가 본격 시작되는 춘분이다. '가만히 귀대고 들어보면…얼음장 밑으로 봄이 와요 겨우내 잠자던 물레방아…물레방아 돌리며 봄이 와요'. 봄은 이처럼 윤석중이 동요 '봄이 와요'에서 노래했듯 얼음장 밑의 흐르는 물을 따라, 또는 물레방아를 돌리며 우리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겨울은 예년보다 유난히 따뜻한 날이 많았다고 밝히고 꽃소식도 예년보다 빠른 3월10일쯤이면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봄비가 내리는 우수의 절기는 새싹이 돋기 시작한다해서 새생명과 희망, 그리고 약동의 상징이다. 이 때문에 봄은 독재정권 시절에는 민주화의 또 다른 표현으로 곧잘 전용됐다. 영국의 시인 셸리가 처음 '서쪽에서 부는 바람의 노래'에서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라고 말한 것이 당시의 시대 상황을 잘 나타내준다. 혁명과 반혁명, 제국주의와 독재, 자신의 권력과 기업이익만을 좇던 정상배들이 횡행하던 당시의 유럽 현실속에서 그는 이처럼 대중에게 밝은 희망을 노래했던 것이다.
국내에서도 독재 권력이 극치에 달했던 70년대초 신동엽 시인은 '봄의 소식'이란 시를 발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마을 사람들은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냈다커니…그렇지만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성정홍 (논설위원)>성정홍>
봄의 길목
입력 2002-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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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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