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자식 교육열은 참 대단하다. 자신은 못입고 못먹어도 자식만은 기여코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게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네 국민정서로 자리잡아 왔다. 심지어 논 팔고 소 팔아서라도 학비는 낸다 하여 대학이 ‘상아탑(象牙塔)’ 아닌 ‘우골탑(牛骨塔)’이란 별칭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식 교육열이 다소 넘친다 하여 그걸 탓할 수는 없다. 어느 부모치고 자신보다 나은 자식을 바라지 않는 부모가 있겠나 싶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그같은 교육열이 엉뚱한 방향으로 질정없이 흐르는데 있다 하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국민의 유별난 교육열은 차츰 일류병으로 변질돼가기 시작했다. “내 자식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일류학교에 보내야 한다. 일류학교야말로 유일한 성공변수다.” 남다른 교육열로 평판(?)이 자자한 우리네 학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이같은 일류병은 급기야 일류학군으로의 위장전입이란 새 풍속도를 낳았고, 그것도 부족해 학교 밖에서의 비정규교육, 다시말해 과외열풍까지 몰고 왔다. 그러나 그 정도로 만족할 우리네 학부모들이 아니었다.
그토록 일류학교에 집착하던 학부모들이 몇년 전부터는 해외유학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웬만큼 성장한 자녀들을 하나 둘 미국 유럽 등으로 유학보내는가 싶더니, 이젠 아예 우리 글도 채 깨우치기 전부터 서둘러 어린 자녀들을 외국으로 내몰고 있다. 자녀가 유치원생이든 초등학생이든 전혀 가림이 없다. 진작에 온가족이 자식교육을 빌미로 해외이민을 선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이같은 일류병은 해외유학만 보낸다고 그치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최근 미국내 한국인들이 자녀를 위장전입시켰다가 낭패를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뉴욕이든 로스앤젤레스든 명문학교가 많은 학군들에선 한국학생들의 위장전입이 들통나 다른 학교로 강제 전출되는 경우를 다반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집안에서 새는 쪽박은 밖에서도 샌다”고 했던가. 어떻게 해서든 자식을 일류로 키우려는 심정이야 어쩌면 한없이 가상하다고도 하겠는데, 국제 망신을 감수하면서까지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인지.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끝 모르는 일류병
입력 2002-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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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1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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