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축구선수가 상대편 골문을 향해 공을 몰고 가다 골 에리어(GA)에서 상대수비선수와 부딪치는 순간 배를 움켜쥐며 나뒹군다. 관중들은 틀림없는 페널티 킥(PK)이라고 생각하며 함성을 지른다. 그러나 주심은 이 공격선수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고 수비팀에게 공격권을 넘겨준다. 관중들은 모두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나 옐로카드의 이유는 공격선수의 할리우드 액션때문이었다. 할리우드 액션이란 상대의 반칙을 이끌어내기 위해 심판의 눈을 속이려는 과장된 거짓 몸짓이나 동작을 말한다.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 컵 최우수 선수인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로베르 피레스 선수는 같은해 12월 31일 벌어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미들스브로전에서 이러한 할리우드 액션으로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는 다음날 “심판을 속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시 일어나 경기를 하려했다”며 자신이 야비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극구 해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은 국내경기에서도 이따금 볼수 있다. 지난해 6월 20일 성남과 부산 경기가 열린 성남 축구구장. 부산의 마니치 선수는 전반 26분 성남진영의 GA오른쪽을 돌파하다 수비선수의 마크를 받다가 넘어졌다. 그러나 주심은 마니치 선수에게 PK대신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축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사랑을 받는 이유는 똑 같은 룰이 양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가운데 실력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신사적 정신 때문이다. 복싱경기에서 한쪽선수의 한 팔을 묶어놓고 다른 선수에게는 두팔을 사용토록 한다면 이 경기의 결과는 보나마나다. 관중들의 흥미도 끌지 못한다. 심판은 이러한 룰의 공정한 적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저께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 남자 1천500m 결승에서 한국의 김동성선수가 1천m 준결승에 이어 두 번째로 경쟁선수의 할리우드 액션과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금메달을 강탈 당했다. 앞주자의 뒷선수 진로 방해행위(크로스트레킹)와 뒷선수의 앞선수 신체접촉행위(임피딩)조차 구별 못하는 심판들의 무능력인지, 아니면 미국선수에게 금메달을 주기 위한 타락한 스포츠맨 십인지 궁금하다. <성정홍 (논설위원)>성정홍>
할리우드 액션
입력 200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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