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어른들을 찾아 뵙고 세배를 드리면 덕담과 함께 내어주는 것이 세뱃돈이다. 이 세뱃돈은 어린이에게 연중 가장 큰 가외수입원이어서 어린이들은 은근히 이를 바라며 동네어른이나 친척집 순례를 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게끔 됐다. 원래 세뱃돈의 관행은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설이 되면 결혼하지 않은 자식들에게 '돈을 많이 벌라'는 뜻으로 행운의 색깔로 여기는 붉은색 봉투에 약간의 돈을 넣어 주었다. 이러한 풍습은 후에 한국 일본 베트남 등지로 전해져 각 나라에 맞는 관습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체면을 중시해 세배하러 온 어린이들에게 약간의 돈과 함께 과일등 음식을 줬으나 지금은 현금의 비중이 더 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세뱃돈의 목적은 대체로 어린이의 저축정신 함양에 있었다고 한다. 세뱃돈으로 연초에 달걀을 사서 닭으로 키운 다음 이 닭들을 팔아 송아지로 늘리고 이를 다시 소로 키워 먼 훗날 논 밭을 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있다. 지금도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세뱃돈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 중 저축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것은 이러한 전통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한 기업체에서 40~50대의 사내 직원 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77%가 세뱃돈에 대해 부담을 느끼면서도 96%가 세뱃돈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나름대로 전래의 미풍양속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한 사람에게 주는 세뱃돈의 액수는 1만원이 60%로 가장 많고 5천원이 38%, 1천원이 2%였다.
그런데 최근 신임 중앙선관위원으로 임명된 김헌무 변호사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행한 세뱃돈 답변이 물의를 빚고 있다. 본인의 등록재산 127억원(현금 57억원 포함) 이외에 장남(34)이 4억원, 차남(30)이 3억5천만원의 현금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의원들이 의문을 제기하자 세뱃돈을 모은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이를 믿으려 하지 않자 세뱃돈은 1억5천만원이고 2억5천만원은 결혼 축의금이라고 정정했다고 한다. 어찌됐든 서민들의 눈에는 다른 나라 사람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