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8월16일자 ‘뉴욕 타임즈’ 사설 제목이 ‘침묵의 여름(silent summer)’이었다. 여름만 되면 ‘케이티 딧 케이티 디든(katy did, katy didn't)'하고 우는 귀뚜라미를 비롯해 마치 ‘버그스(bugs) 심포니’를 연상할 만큼 뉴욕 교외 숲 속 가득 찼던 온갖 벌레들의 노랫소리가 뚝 그치듯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원인이야 물론 환경 오염과 이상저온이다. 한데 그런 죽음의 ‘숲 속 침묵’을 매섭게 경고하고 나선 사람이 이미 그 30년 전에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란 책을 쓴 미국의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 여사였다. 지독한 살충제와 농약 등이 숲 속 벌레들의 목소리를 폐쇄하고 새들의 성대를 뭉개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베트남 전쟁이 온갖 새들의 지저귐을 쓸어가버린 ‘침묵의 봄’과 그 여름이다. 환경 오염, 즉 인간의 환경 테러, 생화학 테러에 의한 소름끼치는 생태계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의 논배미와 웅덩이마저 ‘침묵의 봄’과 여름이 휩쓴다면 어찌 할 것인가. 경칩이 지나도 기어 나오는 개구리가 드문 까닭은 수면 10㎝ 안팎에 알을 낳는 개구리들이 오존층 파괴로 증가된 자외선 때문에 부화를 못해 새카맣게 죽기 때문이고 그밖에 수질 오염과 습지 폐쇄, 남획 탓이라는 것이다. 그럼 그 짙푸르게 꿈틀거리는 보리 이랑 너머 논배미마다 웅덩이마다 온통 떠나갈 듯 합창 경연을 해대는 청아한 개구리 성악(聲樂)마저 들을 수가 없어져간다는 것인가. 신장 20㎝가 넘는 미제 황소개구리 피파(pipa)의 그 징그러운 소리만은 빼도 좋지만….
또 하나 비극은 개구리를 비롯한 파충류―양서류의 늘어가는 자웅동체(雌雄同體), 즉 암수 한 몸 현상이다. 지렁이나 달팽이, 기생충처럼 암수 생식 기능을 한 몸에 갖추고 있는 이른바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os)개구리가 늘어간다는 것이다. 개구리 몸에서 환경 호르몬이 검출됐다니까 역시 환경 오염 탓이다. 핵전쟁, 지구 충돌, 자원 고갈 등과 함께 환경 오염을 지구 종말 원인의 하나로 보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吳 東 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