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의회민주주의와 공명선거의 모델이라는 영국도 19세기 후반 금권 정치와 선거자금, 부패선거에 의한 정치 사회적 혼탁상으로 얼룩진 과거를 갖고 있다. 일부 특권계급이 사유화해 놓은 의석 지명권의 매매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됐고 유권자에 대한 향응, '달 세계 사람'(Man in the moon)이라고 부르는 얼굴없는 표 매집 운동원이 등장 할만큼 타락한 유권자 매수행위가 성행했다.
 1880년 선거에서 수상이 된 자유당의 글래드 스턴은 이러한 돈선거와 정치부패를 근절키 위해 부패 위법행위 방지법안 제정을 추진했다. 선거비용의 제한과 명세서 공개, 매수 향응제공자 처벌, 당선무효등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이러한 조치들을 이미 120여년 전에 실시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약효가 없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여야 의원들이 법안을 엉성하게 만들어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하거나 법이 제구실을 못하게 무력화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2차대전을 겪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막대한 선거자금의 증대로 인해 여야 모두가 정치 경제 사회적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법원도 이에 동조, 법운용에 있어서 부정선거의심만 있으면 당선을 무효화하는등 가혹하리만치 법적용을 엄격히 했고 선거사범은 1심제를 채택, 상고를 불허함으로써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뿐만 아니라 부정선거당사자에게 장기간 선거권과 피선거권 제한등 조치도 이뤄졌다. 1949년 제정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국민대표법 덕분이다. 정치정화가 실현된 지금 영국의 선거재판소는 선거후에도 파리를 날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민주당 김근태고문이 공개한 부총재 경선시 사용한 선거자금과 이회창 한나라당총재의 총재경선당시의 선거자금 투명성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그러면서도 선거자금이나 정치자금에 관한 말만 나오면 여야 할 것 없이 '나는 옳고 너만 틀렸다'며 책임을 미루다 슬그머니 피하려는 눈치가 역력하다. 모든 정치인들이 선거자금에 관한한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우리 나라 정치는 아직도 19세기 후반 기득권유지에 급급했던 영국 의원들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成 定 洪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