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하면 산소 마스크, 산소 땜(용접), 산소 봄베(압축 산소)부터 연상할지 모르지만 산소는 곧 공기(기체 산소)와 물(溶存 산소)이라고 할 만큼 대기의 5분의 1, 물 무게의 9분의 8을 차지한다. 그 무색(無色) 무취(無臭) 무미(無味)의 산소를 단 5분만 마시지 못해도 뇌 세포는 까맣게 죽기 시작한다. 그러나 마냥 좋기만 한 산소는 아니다. 숨쉬는 대기의 5분의 1(나머지는 질소)인 산소만을 100% 쥐에게 공급하면 이틀만에 폐 부종으로 죽고 조산아 인큐베이터에 넣으면 시력을 잃고 만다.
금년 대학 신입생을 '산소 학번'이라고 부르는 것은 02년의 0을 알파벳 'O'의 산소 원소 기호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O'의 읽는 방법은 오, 영(零), 공(空), 원(圓), 제로, 빵, 동그라미 등 여러 가지다. 'O2' 또한 오투·오이·오둘, 영투·영이·영둘, 공투·공이·공둘, 원투·원이·원둘, 제로투·제로이·제로둘, 빵투·빵이·빵둘, 동그라미투·동그라미이·동그라미둘 등으로 읽는다. 영어 알파벳 제15자인 'O'는 'oh'(감탄사) 'ohm'(전기저항 단위) 'observer'(감시자) 'round'(둥근) 'Ocean'(大洋) 'October'(10월) 'Ontario'(캐나다 州) 'old'(늙은) 'order'(주문) 등의 약자 또는 상징이고 'zero'와 'naught'(無)를 뜻한다. 불어의 'ouest'(서쪽) 'officie'(公式의) 'officier'(관리) 'omission'(누락)의 'O'도 마찬가지고 독일어의 섬(insel)을 상징하기도 하다. 또 'amoeba'(아메바)와 'phoenix'(불사조)에 들어있는 'o'와 'e'는 붙은 글자로 미국에서는 'o'를 빼고 'e'만을 쓰기도 하니까 'O2'에서 산소가 떨어져나간 격이다.
작년의 '기름(oil) 학번'이 아닌 '산소 학번' 'O1'을 시작으로 'O2 O3 O4…' 등 캠퍼스의 신선하고 청량한 산소는 해마다 늘어갈 것이다. 그러나 캠퍼스 공기의 5분의 4를 차지하는 질소, 즉 유해 산소가 문제다. 금년 산소 학번들에게 술부터 퍼 먹여 고주망태 주정뱅이를 만들고 심장병 수술까지 받은 '산소 학번' 학생에게 새벽까지 구보를 시켜 저승까지 보내는 캠퍼스 산소는 단연코 숨쉬지 말아야 할 유해산소가 분명하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