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민권이란 말은 특권계층을 일컫는 또 다른 호칭이다. 로마제국이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융성기를 맞이했을 때 로마시민권을 가진 사람은 로마에서 태어난 토박이로 전 인구의 25%였다. 50%는 노예였고 나머지 25%는 자유인이었다. 이들 로마시민권자에게는 풍족한 생활의 보장, 노예의 소유와 매매 및 선거권이 허용됐다. 뿐만 아니라 결혼도 그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졌고 군사력은 이러한 특혜를 보장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에 병역의무와 납세를 이행하는 것도 이들만의 특권중 하나였다. 기원전 493년 로마가 점령한 일부 지역민에게 라틴시민권을 발행해서 로마시민과 똑같은 특혜를 누리게 하다가 서기 212년 황제 카라칼라가 제국내의 모든 자유인에게 로마시민권을 부여함으로써 특혜가 유명무실해질 때까지 존속됐다.
당시 로마시민권의 위력이 얼마나 컸는지는 성서에도 잘 나와 있다. 바울은 유대인임에도 불구하고 태어날 때부터 로마시민권을 소지했다. 바울이 억지죄수의 몸으로 로마에 들어가 전도활동을 할수 있었던 것이나 빌립보 감옥에 갇혔을 때 죽음을 면한 것도 이 시민권 덕분이었다. 그가 어떻게 해서 로마시민권을 갖게 되었는지 성서에도 명확히 나와 있지 않으나 기독교에서는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 미국시민권을 마치 이러한 로마시민권과 같이 여기는 풍조가 일고 있다고 한다. 미국시민권을 가지면 무상 또는 값싼 비용으로 높은 품질의 미국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환상과 한국보다 유리한 의료보험 혜택, 남자의 경우 군면제 특혜 등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1~2년전부터 미국 원정출산 붐이 일고 있고 현지의 산후조리원이 성업인가 하면 여행사에서도 이를 위한 여행상품까지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아들부부가 지난 1월 미국 하와이에서 원정출산을 했다고 해서 세간의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제발 이들의 원정출산이 미국시민권 획득목적이 아니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들이 대통령 당선을 노리는 정치 지도자의 가족이어서 그런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 <성정홍 (논설위원)>성정홍>
미국 시민권
입력 2002-03-11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03-11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