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상황 같은 은행 강도 영화도 많고 영화 같은 은행 갱 사건도 하도 많아 도무지 장자가 나비가 됐는지 나비가 장자가 됐는지를 분간하기 어렵다는 '장주지몽(莊周之夢)'처럼 헷갈리기 일쑤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미국 영화부터가 그렇다. 이른바 '대공황(大恐慌) 연대'인 193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악명 높은 은행 강도가 보니(Bonnie)와 클라이드(Clyde)였고 그들을 모델로 한 영화가 67년 아서 펜이 감독한 그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 영화는 미국 영화 100주년인 98년 AFI(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베스트 100 영화 중 27위를 차지할 정도로 문제작이었다. 한 지역의 네 군데 은행이 이틀 간격으로 털려버린 86년 매사추세츠주 연속 은행 갱 사건 역시 영화 같기만 하다. 기묘하게도 지도상에 6각형을 그리며 범행을 거듭했다고 해서 FBI는 그들 2인조 기관단총 강도를 '6각형 은행 강도'라고 불렀지만 다섯 번째 범행에서 그만 잠복해 있던 수사대와 격렬한 총격전 끝에 'The End'를 고하고야 말았다.
반대로 실제 상황 같은 2인조 은행 갱 영화로는 사이먼 윈서 감독의 94년 작 '라이트닝 잭' 등이 꼽힌다. 작년 5월 개봉된 '웨어 더 머니 이즈(돈은 어디에 있는가)'는 어떤가. 뇌졸중에 걸린 시늉을 해 감옥을 빠져나온 '늙은 구렁이' 헨리(폴 뉴먼)에게 “한 탕 하자”고 꼬시는 양로원 간호사의 동화 같은 영화다. '모든 범죄 뒤에 여자가 있다'가 아니라 처음부터 남자 둘과 짠 혼성 트리오 은행 갱 영화도 있다. 이제 곧 개봉될 배리 레빈슨 감독의 '밴디츠(Bandits)'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영화 촬영을 위장해 은행에 침입, 거액을 강탈한 영화 같은 사건이 93년 8월 필리핀 루손 섬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20∼30년대 미국 은행 수십 곳을 턴 딜린저나 보니와 클라이드를 사범으로 모시고 싶을 은행 강도가 요즘 사흘이 멀다 하고 출몰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치안 부재 여부도 시험할 겸 그들 '전설적인 영웅 갱'들처럼, 영화 속의 폴 뉴먼처럼 되고 싶기 때문일까 무엇일까? <吳東煥(논설위원)>吳東煥(논설위원)>
은행강도
입력 2002-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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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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