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에서 내려다본 국회의사당부터가 안좋다. 딴은 거대한 도리스식 열주(列柱)에다 바로크식 꼭지 없는 돔 처리가 장중미를 뽐내는 듯도 싶지만 꼭 떠다 놓은 상여 모습 그대로다. 꽃 엮음과 포장만을 떼어낸 상여 모양 그대로라는 것이다. 청태종이 쓰던 모자 아니면 조선시대 포도대장이 쓰던 전립(氈笠) 같은 돔 처리도 한 층 더 얹었어야 했다. 신들과의 라포(交感)에 여념이 없을 미 국회의사당 꼭대기 자유의 여신상과는 대비가 되지 않는가. 다음은 '여의도(汝矣島)'다. '汝'는 '너'라는 비칭으로 '여배(汝輩)' 하면 '네놈들'이라는 뜻이고 '矣'는 뜻이 없는 조사다. 따라서 '여의도'는 '네 섬' '당신네 섬'이란 뜻이다. 차라리 '나 여(余)'자의 '余矣島'로 지명부터 바꾸는 게 어떨까. 더구나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두나(Duna)강에도 섬(마가렛)은 있지만 국회의사당은 그 옆에 있지 섬 안에 있지는 않다.
국회 심벌 마크와 금배지도 글렀다. 그것은 '國'자가 아니라 '或(혹)'자다. 누가 ○ 모양 테두리를 □으로 봐 줄 수 있는가. 마땅히 □을 둘러야 한다. 대회의실 천장의 거대한 샹들리에 역시 첫째 옛 소련연방공화국 국화인 해바라기를 닮아 안됐고 둘째 해바라기형 철새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것 같아 민망하다. 의장님의 머리 위로 3분의 1쯤이나 남아돌아 치솟은 의자 또한 되게 크다. '국회'라는 발음도 전에는 엉뚱같이 들려 좋지 않았다. 하기야 '혹회(或會)'만 열었다 하면 싸움판만 벌이는 등 직무유기를 일삼는다 싶은 국회의원의 책무에 비하면 이런 건 사소한 문제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의사당과 의원회관 사이로 지나게 돼 있던 지하철 노선을 의사당의 안전과 지하 공간 활용 문제로 멀리 우회하도록 한다니! 더 드는 공사비도 문제지만 국회의 권위가 다수 시민의 편의를 묵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600년 전통의 스위스 야외 의회(란츠게마인데)도 들어보지 못했는가. 의회야 아무 데서나 열면 그만이다. 하긴 고가도로를 내기 위해 독립문도 옮겨버리는 나라가 아닌가. <吳東煥(논설위원)>吳東煥(논설위원)>
국회 지하철노선
입력 2002-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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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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