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거리는 겨울의 걸음걸이를 따라/성장(盛裝)한 4월은 온다'…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반겨 맞은 4월의 '성장'이란 어떤 성장일까. 그야 새파란 새 풀 옷에 온갖 4월의 꽃 너울을 쓴 채 향긋하게 성장(盛粧)하고 '제 오신 봄처녀'의 성장이 아닐까.
이번의 '봄처녀'는 빨리도 '제 오셨고' 온몸에 장식한 4월 봄꽃도 다투듯 3월부터 만발했다. 12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1월의 세계 평균기온, 2월초 기온이 6·7도였던 모스크바, 앵두꽃이 기상관측사상 가장 이른 3월21일 춘분에 핀 도쿄, 그리고 제주의 벚꽃이 열흘이나 앞당겨 핀 까닭은 이상난동(異常暖冬)으로 실성한 동장군이 '봄처녀'를 마구 떼밀며 '어서 가라'고 재촉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백화(百花)가 만발하는 달'이라는 뜻의 라틴어 아페리레(Aperire)에서 왔다는 'April(4월)'도 오기 전에 멀리멀리 떠난 자의 넋인 양 개나리와 진달래를 비롯해 벚꽃, 목련 등 4월의 꽃들은 다투어 피었을 게다. 그러나 정작 '4월의 꽃말'은 1일이 아몬드, 2일이 아네모네, 3일이 수선화, 식목일인 5일은 무화과, 4·19는 참제비고깔이고 30일은 금사슬나무다.
그런데 '봄처녀'의 성장을 찬탄한 셰익스피어가 후딱 맘이 변해 '템페스트'에서는 4월을 '해면(海綿)과 같다'고 한 까닭은 무엇일까. 해면처럼 몸이 나른해지고 신체 어딘가 숭숭 뚫린 구멍으로 마냥 기력이 새나가는 듯 피로감에 휘감겨 병든 수탉 암탉처럼 마구 졸리는 이른바 '춘곤증' 때문이 아닐까. 4월 첫날부터 '모두가 어리석은 날(All Fools'Day)'이라는 만우절인 것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요인일 것이다. 만우절에 속은 '4월의 바보'를 프랑스에서는 '4월의 고등어'라고도 한다. 고등어가 4월 바다낚시에서 잘 물리기 때문이다. T S 엘리엇의 말이 아니더라도 4월은 또 잔인한 달이다. 붉은 머리띠의 시위대와 총파업 기세는 등등하고 그래서 막힌 길로 지독한 황사는 뒤덮이고, 선거 바람에 깊어가는 감정의 골 하며…. 금년엔 또 엘니뇨의 영향까지 받는다지 않던가. <吳東煥(논설위원)>吳東煥(논설위원)>
4월
입력 2002-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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