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만 봐도 개는 모든 짐승의 대표다. '짐승 수(獸)'자부터가 '개 견(犬)'자가 대표로 붙어 있고 '입을 벌려 짖고 있는 개떼'의 상형(象形)이다. 또한 사자 사(獅), 원숭이 원(猿), 돼지 저(猪), 노루 장(獐), 여우 호(狐), 고양이 묘(猫), 고슴도치 위, 수달 편(편) 등 대부분의 짐승이 '개 견(犬)' 변의 글자다. 그런데 어느 한학자가 개를 싫어하는 이유는 이렇다. 미칠 광(狂), 미칠 창(猖), 미칠 길(길)자를 비롯해 거의 모든 나쁜 뜻의 글자가 개 견 변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홀로 독(獨), 의심할 시(猜), 간교할 회(獪), 오랑캐 적(狄) 등이 그렇고 범인(犯人)의 '犯'자 역시 그런데다가 지옥이라는 '옥(獄)'자, 감옥의 '獄'자 또한 그 들어가는 문 양쪽에서 짖어대며 지키고 있는 개의 형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쪽쪽 입을 맞추고 이불 속에 끼고 자는 견공애호가는 지구상에 많고도 많다. 지난 1월2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개가 차에 치여 죽자 “충실한 반려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름부터 사람과 '일신동체'라는 '바디(body)'였다니 그 아픔이야 오죽했으랴. 미 '필라델피아 데일리 뉴스'지는 또 '사망'한 애견의 조사(弔辭)를 싣도록 3월부터 광고 지면을 할애한다고 했고 프랑스의 스트라세라는 변호사는 지난 주 프랑스 북서부 사르부르를 떠돌다 붙잡혀 도살 행정명령을 받은 '카야'라는 견공을 살리기 위해 무료 변론에 나섰고 시라크 대통령에게 '정치적 망명'까지 허용토록 호소했다.
 한국인의 애견 열은 더 뜨겁다. 서울 강남에서는 '별세'한 개에게 삼베 수의를 입혀 오동나무 관에 넣고 개 전용 화장터에서 화장을 한 뒤 납골당에 '모시는' 애완견 장의업이 성황이라고 한다. 더욱 놀라운 일은 오동나무 관만 해도 35만원인 장례비에 구애받지 않는 애견가들이 한 장의사에 월 평균 100명을 넘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북한의 굶어 죽는 아이들이 안다면 얼마나 참담할 것인가. 하긴 배알(창자)이 뒤틀리는 울화를 목구멍까지 끌어올릴 힘조차 없다지 않은가.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