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몰락 예언은 이미 1차대전 직후에 나왔다. 독일의 역사학자 슈펭글러가 그의 저서 ‘서양의 몰락'에서 “문명 또한 생물적 유기체처럼 성장→쇠퇴→멸망을 거친다. 서양의 그리스도 문명 역시 그렇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몰락을 예언했던 것이다. 그가 오늘까지 살았다면 어땠을까. 2차대전 직후엔 ‘유예―서양의 몰락'을, 21세기인 최근엔 ‘착각―미국의 멸망'을 저술했을지도 모른다. 그 ‘서양의 몰락' 아류 저서로는 80년대 초 전세계의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미 예일대 교수 폴 케네디의 ‘대국의 흥망'이 꼽힌다. 그 ‘대국(Great Powers)'이란 물론 미국을 가리킨다. ‘2050년엔 미국이 3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미국의 정치가 패트릭 뷰캐넌의 ‘서구의 죽음' 또한 금년 벽두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출생률 저하와 노령인구 증가, 이민 폭증, 기독교와 유대교의 쇠퇴 등으로 미국은 망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Hobsbawm) 역시 “미국은 결코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결코'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학자가 압도적이다. 20세기에 이어 21세기도 미국의 힘이 지배하는 ‘팍스 아메리카나'는 지속될 것이고 미국 영화 ‘인디펜던트 데이'처럼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지구쪽 연합군 사령탑은 미국이 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전세계 재화의 30%, 전세계 군비의 36%나 차지하는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지도력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싫든 좋든 그런 미국과 ‘파토스(감정)의 상충'이 아닌 ‘로고스(理性)의 교환' 즉 ‘점잖은 대화'를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칭하자 “미국이야말로 악의 축이며 미국이야말로 테러의 원흉이다” “그래! 한 판 붙어 보자”며 큰소리를 친 북한이라고 해서 지구라는 행성의 예외일 수는 없다. 이번 임동원특사의 방북을 명분과 계기로 북한이 그만 허장성세(虛張聲勢)를 접고 미국과의 대화에 나가리라는 것은 반가운 전망이 아닐 수 없다. 대화→타협→화해→전쟁방지→체제 유지의 기대를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吳東煥(논설위원)>
吳東煥(논설위원)>
북미 대화
입력 2002-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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