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北歐)의 작은 나라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산업 경쟁력과 깨끗한 자연환경으로도 이름이 났지만, 무엇보다 ‘부패없는 나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과 1999년 이 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가 공인한 국제투명지수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수뢰혐의로 처벌받은 공직자 수를 보면 1996년 8명, 1997년 10명, 1998년 3명, 1999년 2명에 불과하며 그나마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는 게 국제투명성기구의 보고이기도 하다. “뇌물이요. 우리는 그런 것 모릅니다. 받는 사람이 있어야 줄 것 아닙니까.” 어쩌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뇌물에 대해 물어보면, 거의 이런 식으로 대답한다고들 한다. 마치 그런 걸 묻는 것조차 이상하다는 듯이.
지난 연말 우리나라 중·고교생 90% 이상이 ‘한국사회는 부패사회’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준 적이 있다. 그때 그들 조사 대상자 1천5명의 학생 중 자그마치 41.3%는 “아무도 보지 않으면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 28.4%는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뇌물을 쓸 것”이라고 했고,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답변한 학생도 16%나 나왔었다. 뇌물 자체를 모른다는 핀란드인들이 이를 보았다면 아마도 무척이나 ‘신기한 나라’로 여겼음 직하다.
과연 신기한 나라답게 우리나라에선 비위공직자가 한 해에도 수백명씩이나 적발된다. 지난 해 감사원 감사 결과를 봐도 1천150개 기관에서 무려 6천430건의 위법 부당사항이 지적됐다. 또 비위관련 공직자는 자그마치 766명이나 적발됐다. 한 해에 뇌물 공직자 수가 2~3명에 불과한 핀란드의 수백배 수준이다. 감히 국제투명지수 1, 2위인 국가와 비교하는 것 부터가 어불성설이겠지만 자고새면 무슨 무슨 게이트다 리스트다 하면서 온통 시끌벅적한 이유를 알듯도 하다.
그나 저나 이쯤되고 보니 과연 핀란드가 신기한 나라인지, 한국이 신기한 나라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를 않는다.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신기한 나라
입력 200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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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9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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