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를 앞두고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심심치 않게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83세의 최고령자의 이야기도 있고 전직 고위공무원부부의 활동도 보도되고 있다. 지원동기는 모두가 남을 돕고 나도 무엇인가 일을 해야겠다는 순수한 동기들이다. 자원 봉사활동의 첫 출발은 원래가 남을 돕겠다는 마음이 스스로 우러나와야 가능하다. 또 대가성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자원봉사라는 어원은 자유의지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볼런터스(Voluntas)에서 유래됐다. 자원봉사자는 볼런티어(Volunteer), 그 정신은 볼런터리즘(Voluntarism)이다.
서구에서 각종 대소 행사나 선거 등에서 볼런티어들의 활동이 눈에 띄어 자원봉사 활동이 마치 서양에서 시작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은 남을 돕는 자원봉사활동은 우리의 역사속에서도 뿌리가 아주 깊다. 우선 원시사회때부터 부락중심의 협동체였던 두레가 있다. 두레는 신라때 촌락단위의 농민 협동체로 조직화돼 지금의 자원봉사단과 같은 역할을 했다. 공동체로서 엄격한 내부질서나 공동노동과 상부상조의 정신과 행동이 있는 조직이다. 품앗이도 있다. 부락내 농민들이 노동력을 서로 교환하고 공용하는 자연발생적 자원봉사 활동이다. 향약은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의 덕화(德化)를 목적으로 한 지식인사회의 상부상조의 조직이었다. 비록 중국의 송대에서 시작돼 주자학과 함께 국내에 들어왔으나 조선조때 우리 실정에 맞게 보완발전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전통 제도들이 언젠가부터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게 됐었다. 자원봉사 활동은 50~60년대에는 기독교 단체가, 70년대 이후엔 각 사회단체들이 주도했고 1988년엔 서울올림픽으로 조직화 됐으나 전국을 대상으로한 활동은 그동안 뜸했었다. 올해 월드컵 축구를 계기로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천만다행이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넓힌다'는 뜻의 홍익인간 아닌가. 이제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45일. 이를 계기로 자원봉사활동 조직이 비단 월드컵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전국적인 온라인망으로 뿌리를 내려 잊혀진 두레정신과 품앗이 활동이 생활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정홍 (논설위원)>성정홍>
월드컵과 두레
입력 2002-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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