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 시신이 나무 뿌리에 감기는 것을 목렴(木廉), 물에 잠기는 것을 수렴(水廉), 벌레가 생기는 것을 충렴(蟲廉), 숯처럼 까맣게 변하는 것을 화렴(火廉)이라 한다. 유족과 후손이 더욱 꺼리는 건 인위적인 시신 훼손이다. 유관순열사의 시신을 토막내 '승리표' 석유상자에 담는 만행이나 4·19 직전 김주열군 시신이 바다에 떠다녔던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조조(曹操)가 여덟 개의 무덤을 만들어 두었던 것도 자신의 시신 훼손(剖棺斬屍)을 막기 위해서였고 막달라 마리아가 십자가에 처형된 예수를 염려했던 것도 그의 시신 훼손과 모독이었다. 로마 정부가 십자가 처형자의 매장을 허용치 않아 매달린 채 그대로 까마귀와 독수리 밥이 됐던 것이다. 가장 가혹한 처형이 화형(火刑)이었던 것도 온전한 시신 수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색즉시공(色卽是空), 무(無)에서 와 무로 돌아가는 육신엔 화장(茶毘)이 가장 신성하고 깨끗하다는 게 불교적 시각이지만 유교에선 화장을 '시신에 대한 화형'으로 여겼다. 그런 종교관이 아니더라도 시신 훼손을 꺼리는 경외(敬畏) 사상과 그 수시(收屍) 절차는 동서를 막론하고 깊고도 경건했고 엄격했다. 시신이 없다, 무덤이 아니라 보물 창고다 등 설이 있긴 하지만 부패 방지 미라로 만들어 어마어마한 피라미드에 모신 고대 이집트 왕들의 시신만 해도 그렇다. 94년 영국 발굴 팀이 발견한 모세(구약성서의)로 보이는 미라나 작년에 이집트서 발견된 5천600년 전 미라만 봐도 그렇고 가까이는 부패를 막아 고이 전시한 레닌과 스탈린, 마오쩌둥, 호치민, 김일성 등도 그 시신마저도 위대하다는 시신 숭앙사상의 표출이다.
그런 거창한 무덤의 시신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매장을 하든 화장을 하든 모든 시신은 일단 유족의 경건하고도 엄격한 수시를 거쳐야 하는 게 사자에 대한 생자의 마땅한 예의며 절차다. 한데 항공기 추락사고 때마다 즉각 또는 영영 수습하지 못하는 시신이야말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김해 사고 역시 45일간의 유전자 검사를 거쳐야 그 많은 시신의 신원이 밝혀진다는 것이 아닌가.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