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첫 여성 재정경제부장관(經濟部長) 청차이이(宗才怡)가 취임 2개월 만인 지난달 돌연 사표를 냈다. “정치의 맹화(猛火)에 휩쓸려 타버렸다. 그만 쉬게 해 달라. 나는 정치라는 정글에 잘못 휩쓸려든 한 마리 토끼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가 자진 사퇴의 변(辯)이었지만 사퇴 이유는 별게 아니었다. 국회(立法院)에서 답변하는 그녀에게 야당의원들이 “영어 좀 섞어 쓰지 마시오. 직원이 적어 준 메모만 보지 말고 답해 보시오. 공부 좀 하시오” 등 핀잔을 준 게 전부였다. 그러나 미국서 대학을 나온 대륙(중국) 출신 엘리트로 중화항공 사장 등을 지낸 그녀의 자존심이 몹시 상했던지 홀연 총총 사표를 내던진 것이다.
일본에선 또 '자민당 저격수'이자 3대 여성 거물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쓰지모토사민당 의원이 지난달 '자진 사퇴'를 해버렸다. 깨끗한 피부, 짙은 눈썹의 미모에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또깡또깡 명확한 발음의 달변인 그녀는 장차 여성 당수와 여성 총리 예감지수가 가장 높은 기린아였지만 비서관의 급여를 유용했다는 비난에 휘말린 것이다. 일본 정객의 자진 사퇴 시리즈는 4월로 이어져 고이즈미(小泉) 총리와 정치 입문 동기로 10선의 거물인 자민당 간사장 가토고이치(加藤紘一)가 측근의 탈세 의혹으로 8일 의원직을 사퇴했고 20일엔 역시 정치 '큰 물건(大物)'인 이노우에 유타카(井上裕) 참의원 의장이 비서관의 이권 커넥션 추문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용퇴(勇退)란 말인가. 도대체 이 땅에선 언제 어느 장관이 한 줄기 비리 의혹의 연기가 오르자마자 서둘러 자진 사퇴한 적이 있었고 어떤 국회의원과 의장이 '나 부끄러워라' 자진 사퇴의 용단을 내릴 수 있었던가. 그만둘 때를 한참이나 지나 측근의 권유와 웃분의 압력을 받고 주변의 따가운 눈총 총알을 벌집처럼 맞고서야 마지못해 시들어빠진 몰골로 물러나지 않았던가. 파브르가 '곤충기'에서 귀가 없어 곁에서 대포를 쏴도 듣지 못하는 매미 얘기를 썼듯이 권세의 자리에만 오르면 모두가 매미처럼 돼버리는 것인가.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