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국가 탓인지 태국은 유달리 승려들의 성 추문이 무성하다. 툭하면 승려의 엽색 행각이 신문 지면을 더럽히고 누구누구 승려가 승적을 박탈당했다는 기사가 실린다. 잦은 매음굴 출입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승려만도 170명을 넘는다는 게 94년 9월13일 그곳 교육부 종무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영자 신문 '더 네이션'의 보도였다. 또 일본의 시바타(柴田)라는 승려는 6년 동안 무려 100여명의 여성을 강간한 끝에 같은 해 8월 경찰에 체포됐다.
목사와 신부도 뒤지지 않는다. 88년 2월21일 전 미국인의 시선은 남부 해안 루이지애나주 수도 배턴루지(Baton Rouge)로 쏠렸다. 1만여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교회를 세워 미국은 물론 전세계 130여개국의 TV를 통해 하느님의 복음을 전파해온 억만장자 지미 스웨거트 목사가 창녀 데보라 머피양과의 성 관계를 눈물로 회개하며 연간 무려 1억5천만달러의 헌금을 챙겨온 설교단을 떠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한데 스웨거트류의 은밀한 섹스 거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의 로이 앨런 양키라는 목사는 창녀 살 돈과 유흥비 마련을 위해 아예 14개 은행을 털어오다 91년 1월13일 경찰에 체포됐다.

떠들썩했던 산체스 대주교의 93년 성 추문 등 미국 가톨릭 성직자의 섹스 스캔들은 21세기에 들어서도 끊일 줄 모른다. 수십년에 걸쳐 130여명의 어린이만을 성 추행해오다 금년 초 사제직을 박탈당한 보스턴 대교구의 존 조언을 비롯해 최근 6년간 물경(勿驚) 1천100명의 신부가 성직을 떠났다는 것이다. 지난 3월21일자 뉴욕포스트지에 편지 형식으로 기고한 한 피해 어린이의 어머니 편지는 참담하기만 하다. “그것은 최후의 배신이었습니다.”
교황 또한 아동 성 학대(pedophilia)라는 표현 대신 라틴어로 '악의 미스터리'라고 한탄하다 못해 드디어 미국 내 13명의 추기경을 로마로 긴급 소집, “독신과 금욕주의라는 성직의 보루(堡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23일 강조했다. 제발 '성직자(性職者)'가 아닌 성직자(聖職者)의 신성한 모습들을 잃지 않기를 기대한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