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솜씨가 빼어나다고들 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국민이 예부터 젓가락을 사용해 온 민족이기 때문이란 말도 있다. 어려서부터 어려운 젓가락 사용이 몸에 배다 보니 그것이 곧 갖가지 손놀림을 능숙하게 해 무엇이든 척척 잘 빚어내고 만들어 내게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꼭 믿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 국민이 유난히 손재주가 좋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우선 곳곳에 감쪽같은 모조품 가짜들이 난무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툭하면 위조지폐 위조수표 등이 나돌아 파문을 일으키고, 세계적 명품 사치품만 나왔다 하면 으레 모조품 가짜들이 쏟아져 나와 진품들을 비웃지만, 그런 것도 다 손재간이 좋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어디까지나 그 좋은 솜씨를 엉뚱하게 악용한 일부 사례일 뿐이고, 뛰어난 솜씨의 진정한 가치는 보다 훌륭한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찾아진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을 비롯한 갖가지 문화재 예술품들이 세계적 명성을 얻고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네 선조들의 빼어난 솜씨와 깊이있는 예술성 덕분이다. 우리가 만드는 갖가지 공산품 수공예품 등이 호평을 받으며 세계시장을 누비는 것 또한 뛰어난 손재주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처럼 뛰어난 솜씨를 믿어서일까. 최근 문화재청이 자못 어마어마한 계획을 내 놓았다. ‘제2 석굴암’, 즉 모조 석굴암을 따로 건립하여 누구나 손쉽게 관람토록 한다는 것이다. 석굴암 탐방이 경주 관광의 백미이지만 보존상 이유로 유리에 가려 내부 배관(拜觀)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 진품에 버금가는 제2 석굴암을 만들어 관람객들의 심미욕구에 부응하자는 취지에서다.
분명 좋은 취지이고, 또 우리네의 빼어난 솜씨로 미루어 진품 못지 않은 제2 석굴암을 만들지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어쩌면 진품보다 더 멋진 작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으리라. 단지 염려되는 건 아무리 손재간이 좋다 한들 1천200여년 전 신라 석공들의 깊은 예술혼과 지극한 불심(佛心)까지 깃들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게 안된다면 기껏 모조품을 보자고 관람객들이 몰릴지도 의문이고.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빼어난 솜씨
입력 200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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