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 2년후인 1791년 루이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스트리아 망명을 계획한다. 그 와중에서도 앙투아네트는 디자이너 로즈 베르탱에게 여행복 수십벌을 주문했다. 그러자 망명소문이 삽시간에 퍼졌고 도중에 체포돼 사형된다. 이 때문에 앙투아네트의 사치 낭비벽과 쇼핑중독증이 그의 죽음을 재촉했다고 평하는 사가들도 있다.
1986년 아키노 여사에 의해 축출된 필리핀의 전 대통령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의 사치 낭비벽도 이에 못지 않다. 축출된 후 공개된 이멜다의 처소에서는 한번도 입지도 않고 신지도 않은 수천벌의 의상과 구두가 공개돼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이 당시 이멜다의 사치와 쇼핑 중독증이 나라의 부패와 부정을 심화시켰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미국의 팝스타 마이클 잭슨도 오락을 위해 수십억 짜리 롤러 코스터를 샀고 엘튼 존도 옷과 가구를 하루에 13억원어치나 사들인 소문난 쇼핑중독자들이다.
쇼핑중독증은 물건을 소유하고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기보다 물건을 사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 쇼핑중독증에 걸리면 쇼핑을 안 할 경우 심한 정서불안 소화불량 두통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20세기 초 일찍이 쇼핑중독증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했다. 미국에서도 이를 마약 알코올 섹스 인터넷중독증과 함께 주요 정신질환으로 취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4개 제약회사에서 쇼핑중독증 치료제를 개발,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임상실험중이라는 보고도 있다.
최근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 5곳의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간 1억2천만원 이상 쇼핑하는 고객이 한 백화점당 10∼40명에 이르고 연간 1천만원 이상의 큰손고객은 8만8천명에 달했다. 이들 5개 백화점이외의 곳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들 가운데에는 일주일에 3∼4회씩 습관적으로 백화점에 들르지 않으면 정신적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쇼핑중독증이 일부 고소득층의 개인문제에 그치지 않고 그 자녀들이나 서민층에게도 전염돼 카드 빚으로 인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사회적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성정홍 (논설위원)>성정홍>
쇼핑 중독증
입력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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