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라고 해서 모두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과 다르게 꾸며서 불의의 이득을 노린다든지 남에게 큰 해를 끼치는 거짓말은 분명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또는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등 선의의 거짓말까지 몰아쳐 비난해야 한다면 세상살이가 너무 각박하지 않을까 싶다.
반면 아무리 분위기를 위해서, 또는 재미삼아 하는 거짓말이라 해도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과 늑대’정도가 되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애초 심심풀이로 ‘늑대가 왔다’고 시작한 거짓말에 차츰 재미가 붙다 보니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을 낳게 됐고, 마침내는 목숨까지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 사람들 마음에 불신이 싹트게 되고, 그 불신의 결과가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지를 이 만큼 간명하게 풀이한 교훈적 이야기도 드물성 싶다.
요즘 한창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는 베트남 현지 청소년들 사이에서 한국의 연예 관계자들은 ‘거짓말쟁이 늑대소년’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고 한다. 한국영화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어 호치민시에 한국영화 전용관까지 들어설 정도가 됐지만, 정작 베트남 청소년들 사이엔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불신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연예인들의 잦은 약속 파기 때문이다. 극장 개관식이나 영화제 등을 앞두고 툭하면 ‘인기 연예인 누구 누구가 베트남에 온다’는 식으로 잔뜩 홍보해 놓고는 언제 그랬느냐는듯 시치미 떼는 일이 다반사란다. 가뜩이나 자존심 강하다는 베트남인들이 무시당하고 놀림당했다며 불쾌해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 역시 덩달아 추락하는 건 물론이고.
“지금은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워낙 수준이 높고 한국 탤런트들이 미남 미녀여서 거짓말을 해도 그들을 좋아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의 드라마 질이 높아지고 미남 미녀 탤런트들이 많아질 경우에도 한국 연예인들이 지금같은 인기를 누릴지 의문이다.” 어느 베트남 청소년팬이 했다는 가시돋친 경고다. 거품같은 인기에 한껏 들떠있을 일부 연예인들 얼마나 귀담아 들을는지.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거짓말쟁이
입력 200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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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3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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