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강에는 대형 댐만도 4만5천개나 있고 그중 5천개가 1950년 이후 건설됐다는 것이 국제대형댐위원회(ICOLD)의 추산이다. 그렇다 보니 댐 붕괴 또한 드문 일이 아니다. 중국만 해도 8만여개의 크고 작은 댐 가운데 3천200개가 50∼81년 붕괴됐고 그 밖의 나라도 200여개의 댐이 붕괴, 1만3천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천600명의 목숨을 앗아간 63년 10월9일의 이탈리아 베이온트 댐 붕괴다. 두 달 동안 계속된 폭우로 퇴적암과 석회암 지질의 댐 사면(斜面) 지대가 물에 잠기면서 석회암 층이 용해돼 240만㎥의 엄청난 바위덩이와 흙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93년 8월27일엔 중국 서부 칭하이(靑海)성 티베트족 자치주의 쿠호우(溝后) 댐이 무너져 223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천명이 다쳤다. 사상 최악의 댐 붕괴 사고는 75년 8월 중국 양쯔(揚子)강 하류(반퀴아오 댐)에서 일어났다. 무려 8만5천명이 죽었고 그 사고의 후유증인 전염병과 기근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만도 14만5천명에 달했다. 중국의 댐 붕괴가 잦은 이유는 전세계 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많은 탓이다. 두 번째가 미국의 5천500개, 그리고 구 소련과 일본, 인도의 순으로 많다.

한데 남측과 상의 없이 86년 10월 착공한 금강산 댐이야말로 이른바 하몬주의(Harmon's Opinion)의 표본인 듯싶다. 미국이 그란데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려 하자 하류의 멕시코가 반발했다. 그러자 1905년 미 법무장관 하몬이 선언했다. “미국이 미국 영토에서 주권을 행사하는 이상 국제법은 미국에 대해 멕시코와 그 강을 함께 이용해야 할 하등의 의무도 부여하지 못하며 미국의 유로(流路) 변경으로 인한 멕시코의 피해에 어떤 손해배상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어이없는 안하무인의 주장이 '하몬주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법은 어디까지나 강 하류의 편의 위주다. 아무쪼록 금상산 댐이 홍수의 재해를 '액땜'하는 '댐(dam)'이 돼야지 무엇을 '파멸케 한다'는 뜻의 액운의 '댐(damn)'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