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위인들의 어렸을 적 모습은 한결같이 똑똑하고 명석하고 씩씩한 그런 상(像)으로 그려지고 있다. 세종대왕 정몽주 이율곡 이순신 김유신 최영장군 등 학자와 장군들이 다 그렇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도 그래서 생겼는지도 모른다.

반면에 전기에 나타난 서양의 위인들은 대부분 공부도 잘 못하고 말썽꾸러기들이다. 2차대전의 전범이기는 하나 아직도 많은 독일인들의 가슴에 영웅으로 남아있는 히틀러는 낙제생에다 미술대학에 2번이나 응시했으나 그때마다 낙방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파리의 사관학교 졸업성적이 58명중 42등이었다. 슈바이처는 동네아이들을 상습적으로 구타한 말썽꾸러기였으며 아인슈타인은 성적부진으로 고교중퇴에 대학 낙방생이었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서도 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사람은 케네디와 클린턴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다. 오죽했으면 지난 2000년 3월 공화당의 부시와 민주당의 고어가 양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된 후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좋은학교는 다녔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그래서 대통령후보가 된 모양이다”라고 익살스런 촌평까지 했을 정도다. 미국의 학교 교육에서는 우등으로 입학해서 우등으로 졸업한 학생보다 성적이 나빴던 학생이 우등생으로 탈바꿈해 졸업하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피나는 노력의 과정에서 터득한 인생관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똑똑하고 공부 잘해야 하는 우리의 판단기준과 큰 차이가 있다.

최근 한나라당은 대선 후보가 확실시 되는 이회창 전 총재의 중고교 성적을 공개해 흥미를 끌었다. 중2때 420명중 305등에서 중3때 54등으로 뛰어올랐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이 전 총재가 수재형 모범생이 아니라 평범한 노력형의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 며칠전에는 어느 중앙 일간지에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학교 성적과 함께 평탄치 않은 그의 과거가 소개됐다. 그러나 국민들이 대권 후보의 사생활에 관해 알고 싶은 것은 그들의 학교 성적뿐 아니라 어려운 인생의 고비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이로 인해 형성된 인생관과 가치관 등 가식없는 삶의 총체적 모습이다. <成 定 洪(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