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피카르 알리 부토의 딸인 부토 파키스탄 대통령이나 네루의 딸인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필리핀의 아로요와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가 각각 아버지 마카파갈과 수카르노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된 것은 바로 작년의 일이다. 그 여성 대통령들처럼 박정희(朴正熙)의 딸 박근혜(朴槿惠) 역시 대통령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엊그제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대좌(對坐)한 '그림'은 보다 더 균형잡힌 명화(名畵)가 됐을지도 모른다.
'남남북녀(南男北女)'라고 했다. 남쪽 남자가 더 미남이고 북쪽 여자가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와 반대의 남북 성(性) 대표 명화가 됐다는 것이 또한 아쉽다면 아쉽다고나 할까. 박의원에게 '여사'라는 극존칭을 썼다는 것도 궁금하다. 결혼한 여자에 대한 경칭인 '女史'라고 불렀다면 박의원에겐 해당이 안되는 말이고 '女士'라고 했다면 학덕이 높은 여성에 대한 존칭이니까 그럴싸한 부름이었다.
아무튼 박정희 딸과 김일성 아들이 마주앉은 것만도 놀라운 일이다. 지하의 박 전대통령이 벌떡 일어나 “니, 정신이 있는깅가 없는깅가”할 사안이고 육영수 여사 역시 “너 근혜 맞니?”할 사건이다. 박정희와 김일성, 그들은 냉전시대를 대표하는 불공대천지간(不共戴天之間)이었다. 같은 하늘을 함께 이고 살 수 없는 사이였다. 그러길래 '코리언 페닌슐라'라 불리는 한반도를, 그것도 미국 알래스카주의 7분의 1에 불과한 22만㎢의 땅을 둘로 쪼갠 '한반반도(韓半半島)'씩의 하늘을 각각 이고 살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는 '차가운 전쟁(cold war)' 시대도 '뜨거운 전쟁(hot war)' 시대도 아닌 데탕트(detente) 시대, 즉 긴장 완화 시대라 하고 화해 시대라 한다. 지난 2월12일자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도 '박근혜의 카리스마적 인기'를 논했듯이 언젠가는 박의원이 이 땅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만약에 이번 '남녀북남(南女北男)' 회담에서의 약속 사항이 조속히 제대로만 이행된다면 그녀의 대통령 예감지수는 한결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吳東煥(논설위원)>吳東煥(논설위원)>
朴槿惠와 김정일
입력 2002-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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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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