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는 유명인들의 뒤를 쫓아 다니며 사진을 찍어 언론에 팔아 돈을 챙기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말하는 이탈리아어다. 1959년 이탈리아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달콤한 생활'에 등장하는 사진사 파파라초에서 유래한다. 원래는 파리처럼 윙윙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뜻하나 사나운 모기를 일컫는 파파타치와 번개를 뜻하는 라치의 합성어란 주장도 있다.

이러한 파파라치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97년 8월 31일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한밤중에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면서 부터였다. 파파라치를 소재로 했거나 이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1998년 4월 프랑스에서 개봉한 영화 '파파라치'가 개봉 수일만에 관객 160만명을 동원할 정도로 가장 많이 인기를 끈 것도 다이애나비의 죽음이 이들 때문이었다는 여론의 덕이 컸다. 주인공 프랭크는 직장에서 해고된 다음 본의 아니게 파파라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놔 최고 기술을 전수받아 기상천외한 훔쳐보기 전문 파파라치가 된다. 그러나 나중에는 파파라치가 파파라치 당하는 피해를 입는다는 줄거리다.

파파라치의 생존 토양은 옐로 페이퍼들의 센세이셔널리즘이다. 그러나 센세이셔널리즘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성의 상품화라는 역기능 때문에 사회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는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연예인 파파라치가 있는가 하면 소위 '몰카'로 표현되는 섹스파파라치행위가 행해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몰카 사진을 게재하는 매체는 아직 없지만….

최근 교통 법규위반 현장을 촬영해 신고보상금을 받아 살아가는 세칭 카파라치가 신종 직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1년동안 이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이 84억원이 넘고 1천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사람도 63명이나 된다고 한다. 한때 이들 카파라치가 법규 위반자들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가고 도로표시도 조작했다해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모든 현상이 우리 교통문화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이제 월드컵기간중이라도 카파라치가 발붙이지 못하는 성숙된 교통질서가 확립됐으면 좋겠다. <성정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