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악처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가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한 탓으로 항상 욕설과 경멸을 일삼고 심지어 물벼락까지 안기는 학대도 서슴지 않았다. 이보다 거의 3세기 후의 인물인 기원전 100년경의 고대로마 정치가이자 대 웅변가인 키케로도 밖에서는 학식높은 유명인사였으나 집안에서는 아내 테레치아로부터 무척 괴롭힘을 당했다. 그녀는 키케로를 능가하는 달변이어서 천하의 키케로도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셰익스피어는 아내를 증오했던 것 같다. 그의 묘비명에는 '…여기에 묻힌 나의 주검을 파내지 말라. …나의 뼈를 움직이는 자에게 저주있으라'고 쓰여져 있다고 한다. 언뜻 보면 도굴꾼을 걱정한듯한 인상을 주지만 사실은 아내가 사후 자기 무덤에 함께 묻힐 것을 두려워해 무덤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8세연상의 아내에게 유산으로 침대 한 대만을 줬다고 전해진다. 학식이 높고 교양있는 사람도 이처럼 집안에서의 부부갈등이나 싸움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에 비해 19세기말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부부는 소문난 잉꼬부부였다. 독일계 남편 알버트는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는 여왕의 훌륭한 보좌역이었다. 한번은 여왕이 알버트의 방문을 노크했다. 알버트가 '누구냐?'고 묻자 '여왕이오'라고 답했다. 그러자 안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한참후 여왕이 다시 '당신의 아내입니다'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문이 열렸다. 9명의 자녀를 둔 여왕가족은 좋은 부부금슬과 평화로운 가정의 귀감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돈과 명예를 모두 갖춘 신분이기도 했으나 서로 남편과 아내로서 '제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부부싸움은 40대가 가장 많고 아내에게 매맞는 남편이 1년전보다 2배나 늘었다는 서울시 소방대책본부의 집계가 발표돼 흥미를 끌고 있다. 매맞는 아내의 수는 1년전과 비슷한 것에 비하면 변화된 남편의 위상과 부부싸움의 양태를 알수 있을 것 같다. '부부가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칼날만큼의 좁은 침대에서도 함께 잘 수 있지만 서로 미워한다면 10m폭의 침대도 좁다'는 서양 격언이 생각난다. <成 定 洪(논설위원)>成>
달라진 부부싸움
입력 200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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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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