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힐 일이다. 미국 프로 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강타자 곤잘레스가 경기 중 질겅질겅 씹다가 탁 뱉어버린 껌이 지난 달 16일 인터넷 경매에서 1만달러에 팔렸다는 것이다. 그걸 주워 팔아먹은 기상천외의 상혼(商魂) 주인공은 미네소타주 우드레이크에서 스포츠 기념품 가게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곤잘레스의 경호원에게 청탁해 문제의 껌을 입수한 뒤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플라스틱 병에 밀봉, DNA 검사를 거치도록 했고 결국 곤잘레스의 ‘진품 껌'은 한 스포츠 약품회사 사장에게 낙찰됐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양말이나 팬티까지 팔면 얼마나 비쌀 것인가.

축구 스타를 넘은 영웅들의 몸값 또한 엄청나다. 엊그제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 선보인 잉글랜드 축구 스타, 한국 이름으로는 ‘吳彦'쯤 될 그 미소년 축구 영웅 마이클 오언이 왼팔에 두른 빨간 완장을 경매에 붙인다면 또 얼마나 받을 것인가. 가난한 알제리 이민 2세이자 마르세유 변두리의 노동자 아들인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단(Zidane), 한국 이름으로는 ‘池檀'을 연상케 하는 그가 작년 7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팀으로 팔려갈 때 받은 몸값, 정확히 말해 ‘발값(足價)'은 무려 845억원이었고 4년 계약의 연봉만도 500만달러(약 65억원)다. 브라질의 데니우손이 97년 스페인으로 팔려간 이적료도 500억원이었고 호나우두는 340억원의 발 보험에 들어 있다.

호머나 헤시오도스가 서사시로 읊던 그런 영웅시대도 아니고 칭기즈칸이나 나폴레옹이 호령하던 그런 영웅시대도 아니다. 오직 스포츠 영웅시대, 대중의 영웅, 그런 시대일 뿐이고 ‘영웅 같은(eroica)' 그런 시대일 뿐이다.

베토벤이 다시 살아온다면 나폴레옹 시대의 영웅교향곡이 아닌 ‘스포츠 영웅 교향곡' ‘축구 영웅 교향곡'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현대의 영웅=돈 잘 버는 스타'를 강렬한 주제로 깐 교향곡을 말이다.

16강에 들면 1억원씩의 보너스를 받는다는 우리 선수들도 8강→4강까지 오르면서 펠레, 마라도나 같은 축구 영웅으로 무더기 데뷔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