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이 5명 있다. 이중 91세의 로널드 레이건은 고령인데다 알츠하이머병까지 앓고 있어 대내외적 활동을 전혀 못하는 형편이다. 88세의 제럴드 포드 또한 가끔 대중 앞에 나오기는 해도 대부분을 캘리포니아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도 아들에게 가끔 조언을 하지만 상당히 조심하는 편이라 한다. 아들을 위한 배려에서 결코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에 비해 지미 카터나 빌 클린턴은 왕성한 활동으로 세인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고, 그것이 가끔은 현 부시 대통령의 심기를 꽤나 불편하게 하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지난 주엔 ‘USA 투데이’가 ‘전직 대통령들에 둘러싸인 부시 대통령의 곤혹스런 입장’을 조명하는 기사까지 실어 눈길을 끌었다.
기사에 따르면 클린턴은 백악관을 떠난 후 세계가 좁다 하고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다니면서 외교활동을 벌여 진작부터 백악관과 국무부의 눈밖에 나 있다고 한다. 현직에 있을 때와는 180도 변한 모습으로 왕성한 대내외 활동을 벌여 세인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카터 역시 백악관과 국무부로부터 고운 눈길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엔 미국이 오래 전부터 무척이나 꺼림칙해 하는 쿠바를 방문, 부시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기도 했다는 평이다.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직 대통령들이 원로로서 국정을 거들어 주면 현직 대통령이 무척 반길듯도 싶건만, 이는 착각이라고 한다. 전직 대통령의 활약상은 자칫 현 대통령의 무능으로 비칠 수 있고, 대통령 자리는 어떤 면에서든 도전을 용납할 수 없는 배타적 권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기야 전직을 빌미로 툭하면 ‘감 놓아라 배 놓아라’하는 것도 그렇겠지만, 어쩌면 현 정부가 직접 할 수도 있는 일을 괜히 먼저 나서서 들썩대는 경우도 있을 테니 꼭 상쾌한 일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 역시 내년에는 생존 전직 대통령이 5명이 된다.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전직 대통령들
입력 200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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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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