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일도 다 있다. 일본 남성의 15%가 앉아서 소변을 본다는 것이다. 지난 달 일본 변기 제조 업체 토토가 대도시 주부 98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이유야 간단하다. 선 채로 오줌을 갈길 경우 변기 언저리가 더러워진다는 주부들의 잔소리 때문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한국 발(發) 뉴스다. 국립환경연구원이 조사한 남자들의 화장실 이용 시간은 평균 1분25초인데 반해 여자들은 그 2배가 넘는 3분이나 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수도권 지하철 화장실 250여 곳의 남녀용 변기 수는 반대로 7대3으로 남성용이 많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남녀용 변기 수를 1대2로 해 주든지 최소한 1대1로 설치해 달라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의 탄원서와 함께 ‘공중화장실법안'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당연하다못해 ‘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데 ‘화장실(化粧室)'의 ‘化'는 될 화, ‘粧'은 ‘단장할 장'자다. 따라서 '化粧'이란 분과 연지 등으로 얼굴을 곱게 꾸민다는 뜻이고 ‘화장실'은 그렇게 하는 방이다. 극장, 방송국 등에서 배우들이 분장하는 방이 ‘화장실'이다. 그렇다면 공중화장실에서도 입술지팡이(립스틱)를 꺼내 휘두르는 등 간단한 화장을 하는 여성들과는 달리 아무런 화장도 하지 않고 나오는 남성들이야말로 ‘화장실' 모독이 아닐까. 이 참에 남성용만은 ‘변소'나 '뒷간' 또는 ‘측간·칙간(厠間)'으로 명칭을 되돌리는 게 어떨까. 하긴 ‘뒷간'은 뒤(대변)를 보는 곳이니까 소변을 보는 곳은 ‘앞간'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세계무역기구(WTO) 말고 또 하나의 WTO가 있다. 다름 아닌 세계화장실기구(World Toilet Organization)다. 화장실 후진국인 중국이 거기 가입해 요즘 대대적인 ‘화장실 바꿔 바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반해 화장실 선진국인 우리 대한민국은 월드컵을 앞두고 화장실 개방 운동을 벌이고 있어 다행이다. 외국인이든 누구든 자고 먹고 화장실부터 갔다 와야 볼도 차고 구경도 할 게 아닌가.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