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화면과 신문지상에 매일같이 떠오른 'D 마이너스 며칠'이라는 숫자가 드디어 'D-1'이 돼버렸다. 내일이 바로 카운트다운 'D―0'으로 대망의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는 'D데이'다. D가 'D day'다. 한데 'D데이'란 원래 군대 용어로 '공격 개시일'을 가리킨다. 따라서 31일 '0시 땡'에 공격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면 공격 예정 시간(zero hour), 즉 개막 시간은 따로 있게 마련이다. 그 시간을 군대에선 'H 아워'라 한다. 또 'D 마이너스'뿐 아니라 'D 플러스'도 있다. 공격 개시 2시간 후면 H+2, 3일 후면 D+3이다.

'D데이'란 미국 영화 '지상최대의 작전(原題 The Longest Day)' 그대로 2차대전 최대 격전지였던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서 비롯된 말이다. 아이젠하워 장군 휘하의 연합군이 프랑스 북서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한 44년 6월 6일이 최초 'D데이'였고 그 노르망디 해안을 'D데이 해안'이라 부른다. 존 웨인, 헨리 폰다 등이 주연한 그 영화(62년)에 300만명의 연합군과 1만여대의 전투기가 동원됐듯이 실제로 노르망디 상륙 작전엔 연합군 20만명과 함선 5000척이 참전해 8천975명이 전사했고 5만1700여명이 부상했다. 그 때 359명이 죽은 캐나다는 그 노르망디 전쟁을 '20세기 캐나다의 최대 뉴스'로 꼽고 있다.

영화 '셰르부르의 우산'의 그 셰르부르 항구도 그곳에 있고 모네(Monet)가 명화를 그리던 지베르니도 프랑스 옛 주명(州名)인 그 노르망디 해안에 있다. 또 중세 고딕 성당과 박물관으로 유명한 노르망디 주도(主都) 루앙과 매혹적인 항구로 유명한 옹플뢰르 등도 그 때의 폭격으로 폐허가 됐었다.

아무튼 'D데이'가 '공격 개시일'이라면 글자 그대로 용감무쌍한 우리 대한민국 '전사(戰士)'들의 월드컵 'D데이'는 개막식날인 내일이 아니라 실제로 폴란드를 대적(對敵), 공격하는 6월4일인 셈이고 또한 오늘이 'D―1'이 아니라 'D―5'로 봐야 할 것이다. 신성한 개막식 때부터 “싸우자”는 “파이팅”을 외쳐서야 점잖은 체면이 서겠는가. <吳東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