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의 함성에 외계인이 놀랄 것이다. 드디어 60억 지구촌의 축제인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세계무역센터빌딩이 무너지는 순간 마치 자신의 축구팀이 승리한 것 같았다는 축구광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물론 저승쪽의 축구광 히틀러와 무솔리니까지도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러댈지도 모른다.

한데 '세계의 잔'…'World Cup' 타이틀은 다른 스포츠 종목도 가질 수 있는데도 유독 축구만이 독차지한 까닭은 무엇일까. 축구가 새파란 잔디 위에 새하얀 공을 '팔들은 참견 마' 오직 발 재간만으로 탄주(彈奏)하는 무한 변주(變奏)의 현란한 예술이기 때문인가, 다른 종목은 감히 흉내도 못낼 가장 역동적이고도 화끈한 변화무쌍의 스포츠 예술이기 때문인가. 더구나 이번 공인구(公認球) '피버노바'의 Fever는 열광, Nova는 신성(新星)이란 뜻이니까 이번 월드컵 공은 더욱 뜨거운 별처럼 번쩍거릴 것이 아닌가.

'월드컵 코리아'야말로 6년 동안 별러온 '대한민국' '코리아' 외침의 유감없는 결정판이 될 것이다. 그런데 국명의 뜻만을 봐서는 터키가 우승하지 않을까 싶다. 터키의 Turk가 '힘센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키큰 사람'이라는 뜻의 Belgae에서 온 '벨기에'는 키만 커 가지고는 안될 것이고 italos(황소)와 -ia(나라)의 합성어인 '이탈리아(Italia)'도 힘만 가지고는 안될 것이다. '계곡 사람들'인 덴마크와 '평야 사람'인 폴란드도 그렇다. 스페인의 Spania(라틴어)는 개를 뜻하고 파라과이는 '파라과이 강'에서, 나이지리아는 '니제르(Niger)강'에서 유래했다. 우루과이는 '새가 오는 물'이고 브라질은 '브라질 나무의 나라'를 뜻한다.

마르코폴로가 유럽에 처음 소개한 중국음 'Jihpun'의 전화(轉化)가 저팬(Japan)인 것과는 반대로 일본이 중국을 '지나(支那)'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 차이나(China)도 흥미롭다. 아메리카는 탐험가 '아메리고(Amerigo)'에서, 코리아는 '고려'에서 왔다. 어쨌거나 코리아의 위용이 한껏 드날리길 빈다. <吳東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