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17일 도쿄지방법원 우메즈(梅津和宏)판사가 ‘욕설 위자료’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됐었다. 병원을 경영하는 한 재단법원 이사가 다른 이사에 대해 100분 동안 74회의 욕설을 한 죄값으로 200만엔을 물어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욕설이란 단지 ‘천치(아호)’ ‘바보(바카)’가 전부였다. 그러니 “일본 정부는 후지모리 도적 떼와 공범”이라고 한 작년 7월 페루 정치인의 욕설에 대해서도 위자료 소송을 건다면 얼마쯤 받아낼 것인가.

91년 걸프전 때 미국에 대한 이라크의 욕설이야말로 지독했다. 부시 전 대통령을 ‘역겨운 범인’ ‘흉악한 도살자’ ‘아메리카의 대 사탄’이라고 했고 파드 사우디 국왕을 ‘두 개의 성전(聖典)을 팔아먹은 신의 적’이라고 매도했다. 이스라엘을 ‘범죄적 시오니스트의 거미’로, 다국적군을 ‘무신적(無神的)인 썩은 모반의 군대, 야만적 갈까마귀 떼’라고 욕을 해댄 것도 이라크였다. 그 무렵 욕설의 피크는 대통령 재선에 실패한 부시를 가리켜 ‘천벌을 받아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혔다’는 것이었다. 뒤질세라 후세인에 대한 미국의 독설도 지독했다. ‘90년대의 히틀러’ ‘바그다드의 도살자’ ‘미치광이’ ‘정신이상자’ ‘긴 발톱을 가진 도둑고양이’ 등.

점잖은 폼의 고르바초프까지도 95년 11월 일본서 출판된 회고록에서 옐친을 “가위로 가슴을 찔러 자살을 기도한 성격 파탄자”라고 비난했고 무게있는 신화사(新華社)통신 또한 G7 회담에 G8의 덤으로 참가, 얼씬거리는 옐친을 ‘작은 당근 하나를 얻은 거지’라고 비방했다.

‘바담 풍(風)’에 대한 ‘바담 풍’식 비방과 욕설쯤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가릴 것 없는 사석이냐, 가릴 건 가리고 참아야 할 공석이냐가 문제다. 가뜩이나 월드컵 바람에 밀려 외면당하는 지방선거 유세전에서 막말과 비방전이 쏟아져 빈축을 사고 있다. “손주 제삿밥 받아먹을 때까지 살아라, 이 썩을 놈아”는 96년 10월12일 광주 금호문화회관에서 열린 전국욕쟁이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욕설이었다. 그런 대회라도 참가해 겨뤄보고 싶은 것인가.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