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70세까지 사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하여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다. 70세는 고사하고 만60세가 되는 환갑(還甲)만 살아도 대단한 경사로 여겨 큰 잔치를 벌여왔다. 하지만 인간의 자연수명이 길어진 오늘날엔 환갑이 점차 의의를 잃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군가 환갑잔치를 벌인다 하면 그게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가 됐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000년엔 우리나라도 드디어 고령화사회로 진입한데 이어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가고 있다는 통계발표도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의 직장수명은 날이 갈수록 짧아만 지고 있다. 물론 대부분 기업의 사규가 정한 정년은 55~60세이다. 그러나 요즘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55~60세는 커녕 40대 후반만 돼도 후배들을 위해 스스로 물러날 채비를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직장인의 체감정년이 38.8세라는 파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는 참이다. 자연수명은 길어지고 정년은 빨라지고…. 우리의 유능한 30~40대 일꾼들이 다투어 이민을 떠나는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했음인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령화의 경제적 영향과 대책’보고서를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근로자 조기퇴직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고 국민연금을 받는 연령을 늦추며 근로소득에 대비한 연금 수령액 비율을 축소하는 것 등으로 돼 있다. 다시 말해 일자리와 수입을 계속 보장해주는 대신 노인들에 대한 연금지급 시기를 늦추고 혜택 폭도 줄이자는 내용이다.
자연수명이 길어지는 추세에서 조기퇴직을 막자는 주장은 분명 고무적인 내용이다. 노후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그만큼 가벼워질테니 이처럼 바람직한 일도 또 없을성 싶다. 다만 지금까지 나이든 사람들을 몰아내기에만 익숙해져온 우리사회, 특히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부족한 요즘 상황에서 무슨 수로 노인들의 일자리까지 보장할 수 있을까 하는 게 다소 마음에 걸리긴 한다. 자칫 연금부실화의 부담만 노인들이 떠맡게 되는 건 아닐까 괜스레 걱정도 되고. 지나친 노파심일까. <박건영 (논설위원)>박건영>
고령화와 연금
입력 2002-06-06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06-06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