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출신 대통령도 많다. ‘타임'지의 백악관 출입 기자를 지낸 보니 앤젤로(Bonnie Angelo)가 최근 루스벨트, 케네디부터 부시, 클린턴까지 미국 대통령을 길러낸 11명의 퍼스트 마더스 이야기를 담은 저서 ‘대통령을 키운 어머니들(First Mothers)'을 냈다. 그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엄마! 제가 오늘 축구 경기에서 세 골이나 넣었어요” “잘했구나 조지야. 그럼 너희 팀이 이겼겠지?” “아니요.” “저런! 어서 나가 더 연습을 해 두렴!” 그 조지가 바로 부시 전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그는 축구 신동 후보였다는 얘기다. 한데 그 아들인 부시는 지난 5일 강호 포르투갈을 이긴 미국 경기도 보지 않았다니 축구 선수 출신 대통령은 아닌 것 같다.

지성미 넘친 케네디 전 대통령도 미시간 대학 풋볼 선수였고 배우 출신인 레이건 전 대통령도 미식 축구 선수였다. ‘미식 축구'란 어소시에이션(연합) 축구인 ‘사커(soccer)'가 아니라 미국인들이 진짜 축구로 여기는 ‘아메리칸 풋볼(football)'을 가리킨다.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은 어떤가. 그는 현직 때인 89년 7월21일 밤 벨레스사르드필드 경기장에서 벌어진 자선 경기에 축구 신동 마라도나와 함께 국가 대표 선수로 출전할 정도였다. 지난 4일 밤 한국과 폴란드전을 부산경기장에서 지켜본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 또한 학생 때 축구 선수로 왼쪽 또는 오른쪽 날개 공격수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육사 축구팀 주장이었고 골키퍼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축구 선수로 명성을 날렸다는 설은 없지만 1946년 경남고에 축구 선수로 편입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 선수 중에서도 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무튼 축구 선수 출신 전·현직 대통령의 월드컵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지고 있으면 대신 뛰어들고 싶고 이기면 유달리 가슴 벅찰 것이다. 특히 오늘 벌어질 한·미전은 더욱 그럴 것이 아닌가. 오전만 근무하는 반휴일, 반공일(半空日)이 온통 폭발할 듯 외쳐대는 “코리아” 함성에 또 한 번 하나같이 기뻐 날뛰는 결과가 있을 줄 믿는다. <吳東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