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이라면 주부들은 달걀 부침과 '지단채'부터 연상할 것이다.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풀어 얇게 지진 것을 중국말로 '지단(鷄蛋·chitan)'이라 하고 그런 '지단'을 돌돌 말아 가늘게 썬 고명을 '지단채(鷄蛋菜)'라고 하기 때문이다. 요리 말고 좋은 뜻도 있다. 불교에서 이르는 '지단(智斷)'은 '진리를 밝히는 지혜와 번뇌를 끊는 덕'을 뜻한다. 세계 최고라는 축구 스타쯤 되면 적어도 2패의 늪에 빠진 프랑스 팀의 번뇌쯤은 '智斷'했어야 했고 알아서 끊을(知斷) 수 있어야 옳았다. 하지만 40대로 보이는 대머리 지단은 검불처럼 애처로울 정도로 무기력하기만 했다.

그가 주축인 프랑스 예술 축구가 속된 말로 '개망신'을 당하자 그쪽 LCI 방송은 '인천경기장이 프랑스 축구의 무덤이 됐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그 묘비명은 '이유 없는 이변이란 없다는 세네갈 팀의 한 수 가르침과 함께 여기 묻히노라'로 새기는 게 어떨까. 세계 랭킹 1위의 지난 대회 우승팀이 3경기에 한 골도 못넣고 전락한 이유야 뻔하다. 정상이란 오르긴 어려워도 내려오긴 쉽다는 진부한 원리를 망각한 자만 탓이다. 그리고 노른자와 흰자가 따로 노는 '지단' 부침 식의 개성적 민족성도 원인이다.

어느 예술이든 단합과 조화, 화음이란 어렵다. '예술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치즈 종류만도 265개나 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한 것은 67년 11월 '뉴스위크'지 인터뷰에서 드골 대통령이 한 말이다. 미군들의 점호 때 “프렌치(French)”라고 외치면 무단 이탈을 뜻하듯이 프랑스인들은 이탈과 '나 홀로'를 즐긴다. 따라서 그들의 1등 축구는 오래가지 못한다.

또한 축구란 결코 '이변'이 아닌 예상 밖의 결과가 있어 즐거운 스포츠다. 예상대로만 경기가 끝난다면 16강, 8강 경기 모두 생략한 채 우승 0순위 프랑스와 몇 나라끼리 준결승부터 치르면 그만일 것이고 프랑스는 우승 아니면 준우승은 해야 한다. 그러나 A팀은 B팀을 이기고 B팀은 C팀을, C팀은 A팀을 이길 수 있는 게 축구 경기다. 그래서 흥미롭다. <吳東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