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육학자 로젠탈(R. Rosenthal)과 제이콥슨(L. F. Jacobson)은 1968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실험을 통해 하나의 놀라운 이론을 만들어냈다. 즉 교사가 어느 학생에게 ‘저 아이는 장차 성적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기대를 하면 실제로 그 학생의 성적이 올라간다는 내용이다.

두 사람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우선 전교생 650명의 지능검사를 한 뒤, 약 20%의 학생을 무작위로 뽑아냈다. 그리고 그 명단을 교사들에게 돌리면서 ‘지능검사 결과 성적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학생들’이라고 했다. 물론 무작위로 뽑아낸 명단이니 지능검사 결과와는 어떤 상관관계도 있을 리 없었지만, 실험을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교사들로 하여금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게 ‘성적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 이 연구의 전제이자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그들 말을 그대로 믿고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8개월 뒤 다시 지능검사를 해보니, 다른 학생들 점수는 먼저보다 평균 8.4점 오른데 비해 명단에 있는 학생들은 무려 12.2점이나 올랐던 것이다.

여기서 두 사람은 마침내 ‘어떻게 행동하리라는 주위의 예언이 행위자에게 영향을 주어 결국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다’는 이른바 ‘자기충족적 예언이론’을 검증해내게 됐다. 그리고 이처럼 누군가에 대한 믿음 기대 예측이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을 그들은 다른 말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고 불렀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뛰어난 조각가 이름이다.

월드컵 열기 속에 다소 냉대를 받았을망정,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마침내 끝났다. 늘상 그래왔듯 이번 역시 개개인 차원에선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들도 상당수 선출됐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밉든 곱든 우리 손으로 뽑은 지역 일꾼들이니 이왕이면 그들을 믿고 기대와 성원을 한껏 보내보자. 피그말리온 효과가 그들에게만 적용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테니까. <박건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