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모르는척 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들은 모두 효자가 된다'.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에서 부자(父子)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부모가 경제력이 있어야 늙어서 자식들로부터 대접을 받는다는 말은 한국뿐 아니라 동서고금(東西古今)을 통해 정설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유태인만큼 자식에 대한 희생정신이 강한 민족은 없는 것 같다. 하느님이 유태민족에게 10계명을 내렸을 때 유태인들은 반드시 이를 지키겠다며 그들 최초의 선조, 즉 아브라함이나 이삭, 야곱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려 했다. 하느님은 이를 승낙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태인들은 그들이 앞으로 손에 넣을 부귀를 걸고 맹세하려 했지만 역시 허사였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10계명을 전하겠다며 아이들을 걸고 맹세하자 하느님은 비로소 허락했다고 한다. 그만큼 유태인들의 자식에 대한 책임감과 희생정신은 하느님도 인정한 바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을 위해 아무리 희생한다해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세상사 중에 가장 맘대로 안되는 것이 자식교육문제라며 많은 부모들이 한숨을 쉰다. 하물며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신의 욕구에 맞게 자라줄 것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아버지만한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아들의 능력이 아버지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며 그 어려움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18세기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쉴러는 봉건적 인습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 그의 희극 '군도(群盜)'에서 '부자지간의 인연은 혈육이 아니라 애정'이라 말하고 있다. 부자지간 혈육의 인연도 애정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며칠 전 도내 분당에서 한 대학생이 아버지와 할머니를 살해하고 방화한 어처구니 없는 패륜사건이 발생했다. 명문대 출신 대학교수 아버지의 엘리트의식에 대한 반감이 범행동기라고 한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최고만을 지향하는 엘리트위주의 사회현상과 함께 부자지간 상호 애정결핍이 빚어낸 비극으로 여겨져 마음이 우울하다. <성정홍 (논설위원)>성정홍>
아버지와 아들
입력 2002-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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