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2승1무 조 1위로 16강에 오른 '대∼한민국, 코리아'와 '울트라(超) 닛폰(일본)'에 대한 세계 언론의 찬사가 눈부시다. 그러나 생각하는 축구의 명장 히딩크는 16강이 확정되자 “나는 아직도 (승리에) 굶주려 있다(l'm still hungry)”고 했다. 8강도 문제없다는 암시다. 아니, 4강→결승까지 가기 위해서는 배가 고픈 정도의 '헝그리'보다는 굶어 죽을 지경의 '스타브(starve)'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른다. 냉혈한(冷血漢) 승부사에다가 '하얀 마법사(white witchdoctor)'라는 별명의 트루시에 일본 감독도 “우승이 목표”라는 큰소리다.

16강까지만도 얼마나 험난했는가. 네덜란드 감독을 수입한 대∼한민국은 그를 맥아더(미국인들은 '머카서'라 부르는) 사령관으로 앞세워 인천 문학(文鶴)경기장 상륙작전에 성공했고 프랑스 출신 감독을 모신 일본은 여순항(旅順港) 함락작전을 거쳐 오사카성에 입성했다. 러시아를 이긴 일본을 러시아 신문들은 여순항을 함락했던 일·러전쟁(1904∼5년)의 일본군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붉은 악마와 푸른 악마의 응원전도 '질소냐'다. 대∼한민국의 16강행 골이 터졌을 때 4천700만이 일제히 올린 '와∼' 함성은 도대체 몇 ㏈(데시벨)이나 됐을까. 일본 오사카의 에비스바시(戎橋)라는 다리에선 900여명의 푸른 악마들이 도돈보리(道頓堀)강으로 환희의 다이빙을 했고 격정에 겨워 나체로 뛰어내린 2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악마'는 아니지만 일본의 고이즈미(小泉) 총리는 러시아를 이기자 껑충 뛰어올라 두 손을 치켜들고 “최고, 최고, 타올랐는가, 기쁘도다”고 외쳤고 16강이 확정되자 “갑자기 뭉클해져… 왠지 눈물이 난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도 한·미전에서 동점골이 터지자 벌떡 일어나 만세까지 불렀다.

독일의 '슈피겔'지는 대∼한민국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다른 신문들도 우리 선수들을 세계적인 스타로 꼽았다. 외지(外紙)에 비친 우리 선수들의 한자 이름 朴智星 安貞桓 柳想鐵 黃善洪 洪明甫 宋鍾國 李雲在 등도 정겹기만 하다. 이제 “이탈리아 나와라!” 차례다. <吳東煥 (논설위원)>